[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국내 최고(最古)의 어묵업체 삼진식품(구 삼진어묵)에 재무적투자자(FI)들이 몰리고 있다. 삼진식품은 지난해 2월 110억원에 이어 올해 6월 150억원의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평가받은 삼진식품의 기업가치(EV)는 1년 4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창업주의 손자인 박용준 삼진인터내셔널(삼진식품 해외 사업 자회사) 대표이사는 삼진식품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25일 식품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나우아이비(IB)캐피탈·티에스(TS)인베스트먼트는 지난달 말 삼진식품이 발행하는 3320주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주당 451만9978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총 1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이에 따라 주요 투자사 중 하나가 된 TS인베스트먼트의 김영호 부사장은 지난 1일 삼진식품의 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삼진식품은 지난해 2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엘리베이션에쿼티파트너스(PE)·케이비(KB)증권으로부터 총 110억원대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엘리베이션PE는 bhc·창고43 등에 대한 투자 및 자금회수를 성공리에 마친 식음료 등 소비재 산업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운용사다. 엘리베이션PE 등이 투자하기 전까지 310억원에 불과했던 삼진식품의 기업가치는 이번 투자에서 6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유통법인 삼진어묵과 제조법인 삼진식품을 합병시키는 등 지배구조를 개선하면서 경영효율화가 이뤄지자 EBITDA(세전이자지급전이익)가 2019년 18억7000억원에서 2020년 60억원으로 3배가량 증가한 것이 기업가치상승에 주효했다.
삼진식품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마케팅 및 신규 시설 투자 등에 쓴다는 계획이다. 삼진식품은 올해 5월 선보인 프랜차이즈 브랜드 ‘삼진어묵당’ 등을 통해 전국단위 가맹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삼진식품의 통합 매출 목표치는 지난해 759억원보다 약 18% 증가한 900억원이다.
| 지난해 8월 4일 파크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삼진식품 통합기념식. (왼쪽부터)삼진식품 황창환 대표, 박종수 회장, 이금복 이사, 박용준 이사(삼진인터내셔널 대표)가 케이크 커팅식을 하고 있다. (사진=삼진식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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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식품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어묵업체다. 창업주인 고(故) 박재덕 회장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3년 피란민들이 부산에 몰려들자 저가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어묵을 제공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 2대 박종수 회장을 거쳐 2011년에 30대 초반의 박용준 대표가 부임한 이후 전국구 브랜드로 변모했다.
박 대표는 제품명을 부산어묵에서 삼진어묵으로 바꾸고 온라인 판매, 국내 최초 베이커리형 어묵 카페 등을 내놓으며 브랜드를 알렸다. 공장 생산에서 수제 생산으로 바꾸는 등 고급화 전략을 통해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 납품하면서 매출도 끌어올렸다. 매출규모로는 CJ씨푸드에 이은 국내 2위다.
지난 2019년 7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면서 황종현(전 삼진식품 대표, 현 SPC삼립 대표)·황창환(전 마이러닝 대표, 현 삼진식품 대표)씨를 잇따라 외부에서 영입해 경영을 맡긴 뒤 박 대표는 해외 진출·신사업 구상 등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최근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진식품의 장기적인 비전에 대해 “‘비욘드 어묵’(어묵을 넘어서자)이다. 어묵이 세계적인 음식이 된 뒤에는 이 어묵을 또 다른 다양한 형태로 개발할 수 있다”며 “저렴하고 건강한 형태의 ‘미래 식량’으로 나아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생선을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제안을 하는 것만으로도 유니콘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했다.
| 삼진식품의 프랜차이즈 브랜드 ‘삼진어묵당’. (사진=삼진식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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