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투기 의혹이 확산하면서 모든 공무원의 재산 등록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선거를 앞둔 여당이 부동산 개발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의 불법·일탈 행위 책임을 전체 공무원들에게 전가하는 식으로 비난여론을 무마하려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더불어민주당이 150만 공무원과 공무원 가족은 유권자가 아닌 줄 안다는 냉소섞인 반응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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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등록 범위를 전체 공무원으로 넓히면 5급 이하인 사무관(5급)이나 주무관들도 재산을 신고해야 한다.
재산 등록 과정은 깐깐한 편이다. 보유한 주택·토지는 물론 주식·펀드 같은 금융상품까지 모두 알려야 한다. 또한 대상자들은 최초 재산 등록 후에도 해마다 변동사항을 신고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직자 재산 등록은 공무원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도 포함하기 때문에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도 있다. 고위직이 아니더라도 공무원과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재산내역을 낱낱히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기와 투자의 구분이 보는 시각에 따라 모호한 만큼 자칫 정상적인 투자까지 투기로 몰려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일부 공직자들의 일탈을 이유로 전체 공무원들과 공공기관 종사자들까지 잠재적 투기범 취급하는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거세다.
대전시 소속의 한 7급 공무원은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하거나 전해 듣고 토지를 샀다면 문제지만 정상적인 투자까지 가로막아서는 안된다고 본다”며 “몇몇 공직자들의 일탈행위를 이유로 모든 공무원들을 감시하겠다는 발상이 기가 막히다”고 비꼬았다.
경기도 소속의 6급 공무원도 “정부가 관리소홀로 투기를 방치했다가 문제가 생기자 전체 공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식으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며 “그동안 수없이 제기된 지방의원들의 투기 의혹에 눈감더니 왜 뒷북치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한 금융공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원은 “잘못은 몇몇 개인이 하고 왜 피해는 전체가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일정 기준을 갖고 정책을 펼치는 게 아니라 한 문제가 터지면 포퓰리즘, 땜빵식으로 진행하니 정책이 점점 누더기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학개미 열풍에 뒤늦게 주식투자에 뛰어든 공무원들도 좌불안석이다. 지금같은 분위기에서는 자칫 ‘마녀사냥’식 몰이에 몰려 피해를 입을 수도 있어서다.
한 중앙부처의 6급 공무원은 “주식 투자를 하지 않다가 작년에 뛰어든 공무원들이 많다”며 “재산등록을 강행하면 괜한 꼬투리를 잡힐까 싶어 주식을 처분하는 공무원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