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차기 회장 물색에 사실상 실패했다. 전경련은 대신 김병준(사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전경련 미래발전위원장 겸 회장 직무대행으로 내정했다. 전경련 과도기를 이끌 징검다리·소방수 역할로 영입한 것이다. 하지만, 김병준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대통령 정책특보 등을 역임했지만, 2018∼2019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고,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 몸담았으며 윤 후보 당선 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지낸 친(親) 정권 인사이자 사실상의 정치인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재계 안팎에서 “재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순수 민간 경제단체 역할을 그만두자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그러나 김 내정자가 적임자인지를 두고 재계 안팎에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일단 적임자를 못 찾아 매년 정기총회 때마다 부회장단끼리 ‘네가 해라’며 서로 미룬 지가 오래인데, 김 내정자라고 뾰족한 수가 있겠느냐는 지적이 만만찮다. 게다가 김 내정자가 현 정권과 밀접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자칫 정권의 힘을 앞세워 경제계 전체를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잘못하다간 관치(官治) 우려가 생길 수 있다”며 “전경련이 겉으론 혁신을 추진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정권의 실력자를 모셔와 존립과 위상강화만 꾀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이유 탓인지, 전경련은 김 내정자의 임기를 ‘6개월’로 못 박았다. 동시에 김 내정자 띄우기에 나서며 여론전에 뛰어든 모양새다.
김 내정자는 이날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내 거취는 전경련 정기총회에서 결정될 사안”이라며 “그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건 (전경련과 재계 전반에) 예의가 아닐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