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 해저터널 가보니...90분 거리 10분만에 주파

보령해저터널 내달 개통
진도 6 지진에도 끄떡없어
일부 어민은 어업권 보상 요구
  • 등록 2021-11-26 오전 10:40:47

    수정 2021-11-26 오전 10:50:38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충남 보령시 보령해저터널은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터널처럼 보인다. 터널 입구에 설치된 물고기 조형물이 아니면 이곳이 해저터널이라는 걸 짐작하기 어렵다. 터널 안에 경사가 있긴 하지만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완만하다. 육상터널처럼 편안히 주행하다보면 금세 터널을 빠져나오게 된다. 국내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이면서도 운전자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안전에 심혈을 기울인 덕분이다.
충남 보령시 보령해저터널 입구.
25일 찾은 보령해저터널 건설 현장은 다음 달 정식 개통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보령해저터널은 보령시 신흑동과 오천면 원산도리를 잇는 6.9㎞ 길이 터널이다. 깊이는 해저 면보다 최저 55m 낮다. 보령해저터널 중 해저 구간은 5.2㎞로 국내 해저터널 중 가장 길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일본 도쿄만 아쿠아라인, 노르웨이 봄나피요르드·에이커선더·오슬로피요르드에 이어 다섯 번째로 긴 해저도로다. 2010년 착공해 11년 만에 공사를 마쳤다. 함께 추진된 원산안면대교 등과 합쳐 6935억원이 공사에 투입됐다.

보령해저터널이 개통되면 보령 대천항에서 충남 태안군 안면도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1시간 30분에서 10분대로 줄어든다. 터널 개통으로 지역 주민 정주 여건을 개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물류비용도 190억원 넘게 아낄 수 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특히 터널 종착지인 원산도는 최대 수혜지다. 그동안 원산도 주민들은 하루 세 번 운행하는 배를 타야 보령시내로 나갈 수 있었다. 그마저 비가 오면 배가 못 뜨는 일이 많았다. 보령해저터널이 생기면 날씨에 상관없이 언제든 자동차로 보령시내를 오갈 수 있다.

이상빈 보령해저터널 건설공사 감리단장은 “전엔 원산도엔 상수도가 없어 바닷물을 정수해 먹어야 했지만 해저터널이 생기면서 보령시내에서 나오는 상수도관도 설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단장 말대로 터널 한쪽엔 상수도관이 담긴 공동구가 설치돼 주민 식수를 공급하고 있었다.
충남 보령시 보령해저터널 내부.
국토부나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이 공사 중 가장 신경 쓴 건 안전이다. 해저터널인 만큼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현대건설은 진도 6 규모에도 버틸 수 있도록 터널을 설계했다. 특히 해저구간은 육상구간보다 콘크리트 구조체를 두껍게 만들어 안전성을 강화했다. 터널로 유입되는 해수를 배출하는 집수정에는 실제 필요한 펌프 두 대 외에도 예비 펌프 두 대를 추가로 설치, 비상 상황에 대비했다. 펌프가 고장 나면 관리자에게 자동으로 알림 문자를 발송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국토부는 안전사고를 대비해 터널 안에 차량용과 대인용 피난시설도 각각 10곳, 21곳 설치했다. 이 단장은 “이런 터널을 전에 건설해봤으면 방심했을 수 있는데 처음 건설하다 보니 최대한 안전에 유의해서 공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모두가 보령해저터널 공사를 반기는 건 아니다. 원산도 주민 일부는 터널 출구에 어업권 보상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걸어놨다. 터널 공사 과정에서 나온 지하수와 돌가루가 양식장에 유입되면서 물고기가 집단폐사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유용식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도로계획과장은 “최근 폐사가 일어난 게 아니고 과거 일어났던 일”이라며 “원인을 두고 해당 어민과 시공사 간 의견이 엇갈려 소송이 진행 중이다. 판결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보령시 보령해저터널(점선 구간) 위치도. (자료=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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