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 백신 휴가 사용을 놓고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9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한 직장인 A씨는 “백신 접종 다음날 휴가를 주느냐고 물었더니 개인 연차를 쓰라고 했다”며 “접종 후유증이 걱정돼 연차를 냈는데 상사는 접종 다음날까지 보고서를 만들라고해 결국 아픈 몸으로 출근했다”고 토로했다. 또 직장인 B씨는 “백신을 맞고 한밤 중에 근육통이 심하고 열이 올라 약을 먹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며 “다음 날 출근 후에 조퇴를 했는데 상사는 미열인데 조퇴하는 게 말이 되냐며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다”고 씁쓸해 했다.
백신 휴가가 의무사항이 아니라면 연차라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하지만, 휴가 불허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직장인 C씨는 “지난달 2차 백신 접종이었는데 회사에서 연차를 허락하지 않아 예약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D씨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 증상이 나왔는데 원장이 연차를 못쓰게 했다”고 했다. 근로기준법 제60조(연차 유급휴가)에 따르면 사용자는 연차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줘야하며,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없는데도 휴가를 주지 않으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백신 휴가를 놓고도 기업 간 격차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직장갑질 119는 “우리나라 직장인은 백신 유급휴가도 없고, 유급 병가제도도 없다”며 “아무런 강제조항도 없는 정부의 권고를 지키는 기업은 소수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이거나 대기업 직원만이 백신휴가를 편하게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백신 접종을 미룬다는 이유로 따돌리고, 괴롭히는 ‘백신 미접종 갑질’ 사례도 두드러졌다. 직장인 E씨는 “예전에 백신 부작용을 심하게 겪어서 아직 코로나19 백신을 못 맞고 있는데, 상사가 백신 안 맞았다고 비난하고, 밥도 같이 먹지 못하게 하고, 저를 투명인간처럼 취급한다”며 “너무 힘들어 정신과를 다니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직원을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행위들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업무의 특성상 백신접종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회사 내 지침 등을 통해 지시·감독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홍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기저질환이 있거나 백신 부작용을 경험한 근로자들에게 백신접종을 강요하는 것은 신체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상사 또는 사업주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 회사 내 취업규칙 등에 명시된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규범에 따라 신고를 하거나, 사업장 소재지를 담당하는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