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갑질' 천태만상…"후유증에도 연차 못쓰고 미접종이면 징계"

직장갑질119, '백신 갑질' 80건…대부분 중소기업
정부 권고 사항 '백신 휴가' 대기업·공기업만 누려
중소기업은 개인 연차휴가도 '불허' 갑질 피해多
백신 미접종자, 직장 내 따돌림·징계 협박 차별
  • 등록 2021-11-14 오후 4:00:00

    수정 2021-11-14 오후 9:19:34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우리나라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이 78%를 넘어서는 가운데 ‘백신 갑질’로 휴가도 못쓰고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급 백신 휴가’를 도입한 미국 등 OECD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권고’에 그친 백신 휴가는 대기업과 공기업 직장인들은 편하게 쓰는 반면, 중소기업에서 백신 갑질 피해 사례가 집중됐다. 또 백신 미접종으로 따돌림이나 징계 협박 등 ‘백신 차별’이 일어나고 있어 직장 내 갑질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14일 직장갑질 119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이달까지 백신 갑질 제보는 80건에 달한다. 단체는 “백신 갑질 피해는 대부분 중소기업 직장인들로 백신 휴가를 요청해도 연차를 쓰게하고, 연차를 썼다는 이유로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며 “백신 접종 후유증으로 근육통과 고열에 시달려 조퇴를 요구했는데 비난을 하는 등 갑질하는 사례가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백신 휴가 사용을 놓고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9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한 직장인 A씨는 “백신 접종 다음날 휴가를 주느냐고 물었더니 개인 연차를 쓰라고 했다”며 “접종 후유증이 걱정돼 연차를 냈는데 상사는 접종 다음날까지 보고서를 만들라고해 결국 아픈 몸으로 출근했다”고 토로했다. 또 직장인 B씨는 “백신을 맞고 한밤 중에 근육통이 심하고 열이 올라 약을 먹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며 “다음 날 출근 후에 조퇴를 했는데 상사는 미열인데 조퇴하는 게 말이 되냐며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다”고 씁쓸해 했다.

백신 휴가가 의무사항이 아니라면 연차라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하지만, 휴가 불허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직장인 C씨는 “지난달 2차 백신 접종이었는데 회사에서 연차를 허락하지 않아 예약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D씨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 증상이 나왔는데 원장이 연차를 못쓰게 했다”고 했다. 근로기준법 제60조(연차 유급휴가)에 따르면 사용자는 연차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줘야하며,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없는데도 휴가를 주지 않으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속에 미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벨기에, 이탈리아, 싱가포르 등의 국가들은 ‘백신 휴가제’를 도입해 백신 접종 후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백신을 맞고도 쉴 수 없다. 정부가 백신휴가를 ‘의무’가 아닌 ‘권고’로 결정하면서다.

이러한 이유로 백신 휴가를 놓고도 기업 간 격차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직장갑질 119는 “우리나라 직장인은 백신 유급휴가도 없고, 유급 병가제도도 없다”며 “아무런 강제조항도 없는 정부의 권고를 지키는 기업은 소수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이거나 대기업 직원만이 백신휴가를 편하게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백신 접종을 미룬다는 이유로 따돌리고, 괴롭히는 ‘백신 미접종 갑질’ 사례도 두드러졌다. 직장인 E씨는 “예전에 백신 부작용을 심하게 겪어서 아직 코로나19 백신을 못 맞고 있는데, 상사가 백신 안 맞았다고 비난하고, 밥도 같이 먹지 못하게 하고, 저를 투명인간처럼 취급한다”며 “너무 힘들어 정신과를 다니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직원에게 징계 등 불이익을 위협하는 일도 있었다. 기저질환이 있는 직장인 F씨는 “회사에서 백신 접종을 하라는 공지를 올리고 접종 완료를 확인하라고 한다”며 “백신을 맞지 않아서 코로나 회사에서 코로나 감염이 발생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고, 백신 거부 시 징계나 해고, 전보발령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콜센터에서 근무 중인 G씨는 “백신 1차만 접종했고, 2차는 맞지 않으려는데 회사에서 2차 미접종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코로나 검사 후 확인서를 제출하라고 한다”며 “백신 접종은 선택인데 회사가 강요하고 있어 확인서 제출을 거부하고 싶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직원을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행위들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업무의 특성상 백신접종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회사 내 지침 등을 통해 지시·감독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홍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기저질환이 있거나 백신 부작용을 경험한 근로자들에게 백신접종을 강요하는 것은 신체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상사 또는 사업주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 회사 내 취업규칙 등에 명시된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규범에 따라 신고를 하거나, 사업장 소재지를 담당하는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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