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27일부터 전면 시행됐지만 동네 소규모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자신이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일부에선 가짜뉴스가 전파되기도 했다.
| 지난 26일 서울의 한 소규모 카페에서 한 직원이 반죽을 만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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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기준 법이 시행된 지 이틀이 지났음에도 현장에서 느끼는 혼란은 여전한 모습이었다.
서울 성북구 동선동에서 감자탕집을 운영하는 박모(59)씨는 아르바이트 직원을 포함해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이다. 박씨는 ‘중처법이 어떤 내용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뉴스에서 봤다”면서도 “세세한 내용까진 모른다”고 말했다.
강북구 송중동에서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송모(48)씨는 ‘중처법’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도 ‘법 시행 이후 안전 대책을 추가로 세운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까진 없다”고 답했다. 법의 중요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송씨는 “일하다 누가 다치거나 사고가 나서 병원에 간 일은 한 번도 없었다”며 “현실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작은데 우리 같은 자영업자도 포함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성북구 동선동에서 요리주점을 운영하는 김모(33)씨는 비용 절감을 위해 혼자 일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인력을 충원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법이 생겨나면 키오스크(무인주문기), 서빙·조리 로봇을 도입하는 가게가 더 많아질 것 같다”며 “기계는 실수하는 일이 없다”고 내다봤다.
중처법은 사업주 처벌을 강화해 근로자의 사망·부상 사고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근로자가 1명 이상 사망하거나 △하나의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급성 중독 등 직업성 발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산업재해’로 분류된다. 이 경우 사업주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동네 소규모 자영업자·소상공인 업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산업재해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의 업무상 사고 사망자는 365명이다. 이 중 도소매·음식·숙박업 종사자는 15명으로 4.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일말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관련 내용을 숙지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짐육 배합기 또는 자동양념 혼합기에 팔이 끼이거나 식품운반용 승강기와 안전난간 사이에 끼이는 등의 사고가 간혹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업주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등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반 의무를 이행했다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
일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법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곡해하는 경우도 보였다. 100만명이 가입한 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방 이모가 실수로 미끄러지면 사장님이 감방 가는 법” 등 사실과 다른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이날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및 안전보건관리체계에 대한 주요 문답’에서 “바닥 물청소 작업 중 고정된 시설물에 걸려 넘어지는 것과 같이 사업주가 재해자 사망의 결과를 예견할 수 없었던 경우라면 고의·예견 가능성 및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고 처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