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닮은 반도체' 기술 지평 넓혔다…삼성, 세계 첫 'MRAM' 기술 구현

MRAM 기반 '인-메모리 컴퓨팅' 구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 게재
"저전력 AI·뉴로모픽 칩 기술 지평 확장"
  • 등록 2022-01-13 오전 10:03:57

    수정 2022-01-13 오전 10:03:57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삼성전자(005930) 연구진이 인간의 두뇌처럼 데이터의 저장과 연산을 하나의 칩 안에서 수행할 수 있는 반도체 기술을 새로운 방식으로 구현해 냈다.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인 ‘뉴로모픽’ 연구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승철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왼쪽부터)과 함돈희 종합기술원 펠로우 및 하버드대 교수, 김상준 종합기술원 마스터. MRAM 기반 인-메모리 컴퓨팅을 세계 최초로 구현해 네이처에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소속 연구진이 MRAM(자기저항메모리)을 기반으로 한 인-메모리(In-Memory) 컴퓨팅을 세계 최초로 구현하고, 연구 결과를 영국 현지시간 12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정승철 전문연구원이 제1저자로, 함돈희 종합기술원 펠로우 및 하버드대학교 교수와 김상준 종합기술원 마스터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반도체연구소, 파운드리사업부 연구원들도 공동으로 연구에 참여했다.

‘인-메모리 컴퓨팅’은 메모리 내에서 데이터의 저장 뿐 아니라 데이터의 연산까지 수행하는 최첨단 칩 기술이다. 현재 대부분의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방식인 ‘폰 노이만 구조’는 데이터 저장을 담당하는 메모리 칩과 데이터의 연산을 책임지는 프로세서 칩을 따로 둔다. 중앙처리장치(CPU)가 메모리로부터 명령어를 불러와서 실행하고, 그 결과를 다시 기억장치에 저장하는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이렇다 보니 이 과정에서 CPU와 메모리간 주고받는 데이터가 많아지면 작업 처리가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번에 연구진이 개발한 인-메모리 컴퓨팅 기술은 메모리 내 대량의 정보를 이동 없이 메모리 내에서 병렬 연산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현저히 낮아, 차세대 저전력 AI 칩을 만드는 유력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AI 반도체란 학습·추론 등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높은 성능·높은 전력 효율로 실행하는 반도체로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인-메모리 컴퓨팅에 활용할 수 있는 비휘발성 메모리는 △RRAM(저항메모리) △PRAM(상변화메모리) △MRAM 등이 꼽히는데, 현재까지 MRAM 기술을 구현한 사례는 없었다. 시스템 반도체 공정과 접목해 대량 생산이 가능한 비휘발성 메모리인 MRAM은 데이터 안정성이 높고 속도가 빠른 장점에도 불구하고, 낮은 저항값을 갖는 특성으로 인해 인-메모리 컴퓨팅에 적용해도 전력 이점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연구진은 이러한 MRAM의 한계를 기존의 ‘전류 합산’ 방식이 아닌 새로운 개념의 ‘저항 합산’ 방식 구조로 해결해냈다. 연구진은 MRAM 기반 인-메모리 컴퓨팅 칩의 성능을 AI 계산에 응용해 숫자 분류에서는 최대 98%, 얼굴 검출에서는 93%의 정확도로 동작하는 것을 검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차세대 저전력 AI 칩 기술의 지평을 확장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이번 MRAM 칩과 관련해 생물학적 신경망을 다운로드하는 차세대 AI 반도체 ‘뉴로모픽’ 플랫폼으로의 활용 가능성도 함께 제안했다. 뉴로모픽은 CPU+GPU(1세대), 신경망처리장치(NPU·2세대)에 이은 3세대 AI 반도체다.

정승철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은 “인-메모리 컴퓨팅은 메모리와 연산이 접목된 기술로, 기억과 계산이 혼재돼 있는 사람의 뇌와 유사한 점이 있다”며 “이번 연구가 향후 실제 뇌를 모방하는 뉴로모픽 기술의 연구 및 개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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