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제 11호 태풍 ‘힌남노’로 인해 경북 포항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침수되면서 차를 빼러 갔던 주민 9명이 실종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쏟아진 폭우로 인해 이 주차장이 물에 잠기는 데엔 8분밖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6일 JTBC는 사고 당일 주차장 출입구 쪽에 주차되어 있던 한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침수된 지하 주차장은 길이 150m, 너비 35m, 높이 3.5m 규모로 당시 차량 120여 대가 주차되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을 보면 전날 오전 6시 37분경 주차장에서 차들이 줄지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 2분이 지난 6시 39분엔 차 5대가 간신히 주차장을 빠져나왔고, 이 잠깐 사이에 지상에도 물이 차오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 6일 저녁 태풍 ‘힌남노’의 폭우로 잠긴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소방·군 관계자들이 실종된 주민 1명을 추가로 구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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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차주들이 서로 엉키며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사이에 이후 다시 2분이 지나 6시 41분이 됐다. 이 시각까지 주차장을 빠져나온 차량은 겨우 9대로, 다시 2분 후엔 추가로 3대의 차량이 나가 총 12대의 차량만 주차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 시점엔 지상 주차장도 차체까지 물이 차올랐으며, 당시 통로를 제외하면 이미 주차장에 물이 가득 찼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하 주차장 통로 끝까지 물에 완전히 잠긴 시간은 6시 37분에서 45분까지 단 8분으로, 차량 안에 있던 운전자는 문을 열 수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 영상=JTBC 방송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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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6월 오전 7시 41분쯤 경찰엔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빼기 위해 나갔던 주민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라는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당시 관리사무소는 같은 날 오전 6시 30분쯤 주민들에게 “힌남노가 몰고 온 비로 인해 차량 피해가 예상되니 밖으로 옮겨달라”는 안내 방송을 내보냈다.
안내 방송 시점엔 아직 주차장에 물이 들어오지 않은 때로, 관리사무소 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방송할 때는 괜찮았다. 지하주차장이 배수펌프도 잘돼 있고 모래사장도 잘돼 있다”며 “지하주차장이 침수될 위험이 없기에 내가 방송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는 정상적으로 배수펌프하고 다 작동을 하고 물이 안 들어온다. 물이 차서 넘어올 줄은 생각 못했다”면서 “주민들이 방송하면 바로 내려오나. 아니지 않나. 한 10분에서 20분 걸린다. 그 사이 물이 찼었다. 정말 통탄할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 6일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주차장 출입구 쪽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 블랙박스 영상.(영상=JTBC 방송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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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는 해병 1사단 수색대의 도움까지 받아 구조에 나섰다.
전날 오후 8시 15분쯤 주차장에서 전모씨(39·남)를 구조한 뒤 오후 9시41분쯤 김모씨(52·여)도 의식이 있는 상태로 구조했다.
하지만 남은 7명의 주민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