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비판한 문자 메시지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보낸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실수로 휴대전화 내용이 노출되면서 권 원내대표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인 가운데, 일각에선 ‘의도적 노출이다’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 오후 4시경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중 권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던 휴대전화 액정 화면이 국회 사진기자단 카메라에 포착됐다.
|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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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19분에 권 원내대표에게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고 보낸 뒤 11시40분에 다시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권 원내대표는 11시55분에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해당 메시지를 받은 지 4시간 33분이 지난 오후 4시13분에 국회에서 다시 열어보았고, 이에 국회기자단이 있는 자리에서 메시지를 열어본 것이 진짜 실수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안내를 받으며 야당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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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원내대표가 의도적으로 문자를 노출한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그의 정치경력이 오래된 점, 4시간33분이 지난 뒤 다시 문자를 본 것, 의원 대부분이 수십 대의 카메라가 자리한 상황을 의식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추측을 이어나갔다.
방송인 김어준 씨 또한 이날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의원들은) 핸드폰이 본회의장에서 어떻게 노출되는지 각도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서 “물론 일부로 했다고는 안 하겠지만, 대통령이 이 대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가 노출됐기 때문에 만약 그렇다면 이 대표의 미래는 결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실수’라고 보는 이들은 권 원내대표가 ‘내부총질’이라는 표현이 가져올 파장을 잘 알고 있다는 점과 그가 “강기훈과 함께”라는 글을 쓰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뭔가를 급히 보내려다 주변 경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첫 고위 당정 협의회에 참석해 자료를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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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권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실수’라는 입장임을 밝히며 “이유를 막론하고 당원동지들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저의 부주의로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되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다”라고 사과했다.
한편 이 대표가 당원권 6개월 정지 처분이 결정된 후 “당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던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향해 ‘내부 총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여권 내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이 대표 징계의 배후 역할을 맡은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며 “당내 문제에 대통령으로서 관여하고 개입하고 이런 것들이 고달픈 민생 경제에 어떤 위로와 메시지가 될지 반문하게 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