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하철 무임승차 적자 해소 방안 중 하나로 출·퇴근 피크시간대 이용 제한을 거론한 가운데, 전체 무임승차자 ‘5명 중 1명’은 해당 시간대에 탑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임승차자의 약 20%가 이용하는 시간대에 이용을 제한할 경우 상당한 반발이 우려되고, 추가적인 바우처(지불 보증서) 지급 등 보완책도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또 만 65세 이상 할인율 100%로 규정한 노인복지법과 시행령 하에선 출·퇴근시간대 이용을 별도로 제한하긴 어렵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 서울 지하철 2022년 하반기 무임승차자 시간대별 이용 현황. (자료=서울교통공사·단위=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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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교통공사의 2022년 하반기(7~12월) 무임승차 현황에 따르면 전체 무임승차자 1억 1535만 1462명 중 출·퇴근 집중배차 시간인 오전 7~9시와 오후 6~8시 이용자는 2254만 8514명으로 전체 19.5%로 집계됐다. 시간대별로 살펴보면 △오전 7~8시 508만 4463명(4.4%) △오전 8~9시 654만 1609명(5.7%) △오후 6~7시 653만 9126명(5.6%) △오후 7~8시 438만 3316명(3.8%) 등이다.
앞서 여당인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국회 원내 대책회의에서 만 65세 이상 무임승차로 인한 서울 지하철 적자 문제에 대한 해법 중 하나로 출·퇴근 시간대 이용 제한을 거론한 바 있다. 오세훈 시장도 이에 대해 “연령별, 소득계층별, 이용시간대 별로 가장 바람직한 감면 범위를 정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시민사회, 국회, 정부와 논의하겠다”며 이용시간대별 제한을 언급했다.
주 원내대표와 오 시장 등이 출·퇴근 시간대 이용 제한을 거론한 배경에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해당 시간대 이용이 적을 것이란 추정에 근거한다. 실제로 무임승차자가 가장 많이 서울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간대(매 시간 1000만명 이상)는 △오후 3~4시 1121만 7123명(9.7%) △오후 4~5시 1053만 7737명(9.1%) △오후 2~3시 1036만 5265명(9.0%) 등이다. 또 하루 중 무임승차자는 오전 6시부터 계속 늘어나 오후 3~4시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하는 흐름을 보인다.
문제는 출·퇴근시간대 무임승차자 탑승 비율도 하루 중 약 20%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또 현행 법과 시행령을 바꾸지 않을 경우, 바우처 지급 등 무임승차자에 대한 추가 보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추가 보전 비용은 2021년 무임수송손실(2784억원)을 기준으로 약 550억원에 이른다.
신성일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무임승차는 교통카드나 신용·체크카드 기반으로 이용하고 있어 시간대별로 무료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시스템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만 65세 이상 무임승차를 법과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어 출·퇴근시간대 무료 이용을 제한하면 그 비용을 사후에 바우처 지급 등 다른 방식으로 정부나 지자체가 다시 보전해줘야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도 자체적으로 검토한 결과 현재로선 출·퇴근시간대 무임승차 이용 제한은 어렵다는 판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인복지법과 시행령 등을 검토해본 결과 출·퇴근시간대에 무임승차를 제한하면 이용자의 권익 침해가 될 수 있다”며 “법과 시행령 개정없이 시가 단독으로 특정 시간대 무임승차를 제한할 순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 세계에서 피크시간대 무임승차를 제한하는 대표적인 국가는 영국으로 런던 지하철의 경우 만 60세 이상은 오전 9시 30분부터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다만 런던 지하철은 런던 시민에게만 무임승차 혜택을 줘 지자체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