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울산광역시 남구 장생포항 부두에서 고래박물관까지 약 20분간 수소선박인 ‘블루버드’에 승선했다.
수소선박, IMO 규제 대응 적격
수소 이동수단을 처음 타는 것은 아니다. 수소차는 자동차 내부에서 유리창을 닫고 타는 경우가 많아서 기존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매연이 없다는 것을 체감하기 어렵다. 소형선박은 다르다. 사방이 다 뚫려 있고 매연배출기가 바로 옆에 있다.
이 때문에 벙커시유로 움직이는 배를 타면 처음에는 매연 탓에 코가 알싸하다가 나중에는 머리가 아프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적응이 돼서 아무렇지 않지만 이는 일종의 마비 현상이다. 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 선박에서 나오는 매연은 공기 질 악화의 요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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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도 내연기관 선박에 비해 느리다. 블루버드호의 최대 선속은 12노트(kn)로, 시간당 22.2km의 빠르기다.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것은 수소연료전지의 출력이 작아서다. 연료전지 효율이 개선되면 자연스럽게 개선될 문제다.
수소는 환경오염 ‘제로’다. 2050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는 수소 연료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의 연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50% 이상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하며 강도 높은 조치를 하고 있다.
수소선박이 보급되면 친환경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유증기 폭발이나 가솔린 탱크 가스 폭발로 인한 인명사고가 줄어들 전망이다.
에이치엘비의 블루버드호와 또 다른 수소선박 회사 빈센이 만든 ‘하이드로제니아’호는 국내 최초의 수소선박이다. 국내에서 두 개의 수소선박이 개발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두 회사가 수소선박을 연구하기 전까지 수소연료전지 선박에 대한 안전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수소를 연료로 하는 여객선이 이미 샌프란시스코 연안을 운행하고 있는 것도 대비된다.
수소충전소 충전 대상 역시 자동차로 한정돼 있었다. 지난 2019년 울산이 규제 자유 특구로 지정되면서 특구 내에서 기업들이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시도와 연구개발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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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수소선박은 비슷하지만 세부 사양에는 차이가 있다.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들어진 6t급의 블루버드는 길이 11.9m, 폭 3.3m, 높이 3.5m로 8명까지 탈 수 있다. 하이드로제니아호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으며 7.9t급이다. 길이 10m, 폭 2.9m, 높이 1.9m, 최대 6명이 탑승할 수 있다.
노철민 에이치엘비 기술연구소 팀장은 “재질뿐 아니라 선질·선형을 다르게 해 똑같은 연료전지가 들어갔을 때 어떤 효과가 나는지 실증해 자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선박에 수소는 어떻게 충전하는 것일까. 도시가스를 각 가정에 공급하는 것과 비슷하다. 파이프라인에서 수소가스를 공급받아 수소 압축패키지로 압축한 후 압축가스설비에 450bar의 압력으로 일시 저장했다가 충전기를 통해 수소선박에 350bar로 충전된다.
수소 생산업체 덕양이 수소배관 2.4㎞를 신설해 수소를 직접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배관을 통한 수소공급은 튜브 트레일러를 이용한 기존의 수소 운송·저장 방식과 비교해 면적을 적게 차지하고 장거리 이동에 따른 사고 위험을 해소하는 장점이 있다.
현재 에이치엘비가 개발한 블루버드호는 해양경찰의 납품배나 어업지도선, 특수선박, 40인승 이상의 여객선, 레저선박 등으로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개인보다는 관공서 위주로 판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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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을 마치더라도 당장 양산은 불가능하다. 수소선박 관련한 법적인 근거가 없어서다. 지금은 법이 없는 것이 규제가 되고 있다.
노철민 팀장은 “건조법, 검사법 등 법제화가 이뤄지면 언제든 양산이 가능하다”며 “국가 제정법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법 정비를 마친 후 실제 양산하기까지는 최소 3년, 최대 5년까지 걸릴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의 출력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현재 수소선박 제조비용의 50% 이상을 수소연료전지와 수소탱크가 차지한다. 수소선박에 들어간 수소연료전지는 25kW로, 선체 뒤쪽에 달린 엔진모터 출력의 20% 수준에 그친다. 연료가 재출력을 내기 위해서는 출력이 10배 이상 높아져야 한다.
노 팀장은 “연료전지가 상용화돼 양산 체계가 구축되면 디젤 엔진을 탑재한 선박과 선속이 유사하게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