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라인 살리고, 尹라인 외면…박범계 첫 檢인사에 협의 없었다(종합2)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첫 검찰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박 장관이 공언한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협의는 결국 ‘요식행위’에 그쳤다.

박 장관이 이번 인사안을 윤 총장에게 사전 통보 없이 전격 발표한데다 인사 내용도 이른바 ‘친 정권·추미애’ 라인 인사가 모두 요직을 지키면서 윤 총장엔 여전히 각을 세우겠다는 박 장관의 명확한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박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의 불씨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법무부는 오는 9일자로 검사장급 고위 간부 4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낸다고 7일 밝혔다. 우선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서울남부지검장으로 각각 자리를 맞바꿨다. 공석이었던 대검 기획조정부장에는 조종태 춘천지검 검사장이 차지했고, 춘천지검 검사장은 김지용 서울고검 차장이 맡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만나 검찰 인사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살아남은 秋라인

이번 인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됐다. 대표적인 ‘추미애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 지검장은 그간 여러 사안을 놓고 윤 총장과 갈등을 빚어왔다. 실제로 윤 총장은 앞서 박 장관과 직접 만난 두 번의 자리에서 이 지검장의 교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과적으로 박 장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또 다른 ‘추미애 라인’으로 꼽히는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도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옮기며 사실상 ‘영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남부지검은 금융·경제범죄 사건을 주로 맡는 검찰 내 주요 지방검찰청으로 꼽힌다.

◇돌아오지 못한 한동훈

반면 윤 총장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은 인사대상에서 제외됐다. 앞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한 검사장은 지난해 1월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채널A 사건’으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조치되며 사실상 좌천됐다.

그마나 박 장관은 이번 인사에서 현 정권을 겨냥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경제성 부당평가 의혹’ 사건을 수사 지휘하는 이두봉 대전지검장은 유임시켰다. 검찰 주변에선 ‘수사의 연속성’이라는 명분으로 이성윤 지검장을 유임시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두봉 지검장을 유임시킨 게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한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그간 소통을 강조해왔던 박 장관의 행보상 이성윤 지검장을 비롯한 추 전 장관 라인 중 일부는 쳐내고 한동훈 검사장은 일선으로 복귀시키는 등 다양한 절충안들을 선택하지 않겠는냐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모두 빗나갔다”며 “단 4명의 전보조치에 그쳤지만 모두 상징적 의미를 갖는 인물들인 만큼 검찰에 계속 각을 세워나가겠다는 박 장관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대검, 사전 통보 못 받아

실제 대검 측은 이날 인사 발표에 관해 사전에 전혀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인사 발표 직전 대검 측에 확정된 인사안을 전달했지만, 대검 측은 이미 완성된 안을 받는 것은 의미 없다며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총장도 인사안이 확정되기 전에 인사 초안이나 인사 발표 계획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는 이번 주 초 발표될 것이라는 게 검찰 주변의 지배적인 관측이었다.

법무부 측은 “인사가 늦어지는 것은 검찰 조직의 안정이라는 인사 취지를 해할 우려가 있어서 인사 시기를 앞당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검 측은 법무부가 문서로 개별 인사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검사장 인사를 기습적으로 확정·발표한 것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인사 발표로 향후 법무부와 대검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