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광복절 우리 대통령이 일본과의 협력을 말한 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차대전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납부했다. 일본 일간 산케이는 기시다 총리 공물 납부에 대해 “한국 고관도 일정한 이해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5일 도쿄에서 열린 종전 기념일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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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 성향 일간지 산케이는 15일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예는 멈출 수 없는 관습’ 한국 고관이 일정한 이해”라는 제목으로 기시다 총리 행동에 대한 한국 정부 대응을 보도했다.
산케이는 “청와대 고관은 15일 야스쿠니 신사 각료 참배와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공물 봉납에 대해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지도자가 어떠한 방법으로 예를 나타내는 것은 멈출 수 없는 관습이 되고 있다’고 기자단에 설명해 일정한 이해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어 “고관은 총리의 봉납에 대해 ‘사전에 한국 측에 설명이 있었다’고 밝히고 한일 양 정부 간에 ‘큰 틀에서는 매우 긴밀하게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산케이는 대통령실과는 별개로 한국 외교부가 기시다 총리 공물 납부에 대해 공식 유감 표명을 한 사실도 전했다.
산케이 보도대로 이날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 공물 납부에 대해 사전 고지를 받았다며 “우리는 광복과 독립을 맞은 날이지만 일본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날이라는 의미에서 일본 지도부가 매년 8·15마다 야스쿠니신사에 어떤 식으로든 예를 표하는 게 멈출 수 없는 관습이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야스쿠니 신사에 일단 일본 총리가 직접 가지는 않는 선에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산케이도 이같은 한국 측 관계자 발언에 대해 ”한국 고관도 일정 정도 이해했다“고 논평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공물 납부가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관습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2차 대전 패전 후 전쟁 불능 국가가 된 일본의 정치인들, 특히 국가수반인 총리는 평화헌법을 수호한다는 의미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피해왔다.
| 종전 기념일을 맞아 참배객이 줄을 잇고 있는 일본 도쿄 야스쿠니 신사.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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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자격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1985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가 패전 후 처음이었고, 90년대까지도 사적 자격으로 참배한 것이 논란이 된 정도였다. 오히려 일본 우경화가 본격화된 2000년대 이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등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면서 동아시아 주변국들의 지탄을 받았고, 사망한 아베 신조 총리 집권 이후로는 신사 참배가 더 노골화돼 한일 갈등의 단초가 됐다.
현 일왕 나루히토와 전대 아키히토 역시 일왕 즉위 이후에는 야스쿠니 신사를 한번도 참배한 일이 없다. 아키히토 일왕의 경우 극우 진영에서 일왕의 야스쿠니 참배를 줄기차게 요구해왔지만 여기에 한번도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