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팠어"…친구 계부 성폭행 피해 여중생의 유서

기자회견서 유서 읽던 A양 부모, 울음 터트려
A양, 지난 5월 친구 B양과 함께 극단적 선택
B양 계부, A·B양 향한 성폭력 혐의 받아
  • 등록 2021-08-22 오후 7:54:15

    수정 2021-08-22 오후 9:13:03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지난 5월 친구 계부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청주 여중생의 유서가 공개됐다.

22일 A양의 부모는 청주 성안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품 정리 과정에서 발견된 딸의 유서를 공개했다.

지난 5월 친구의 계부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청주 여중생 A양의 유서. (사진=연합뉴스)
공개된 유서에서 A양은 “부모님이 내 곁에서 위로해줘서 그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 나 너무 아팠어. 솔직하게 다 털어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다 털면 우리 엄마, 아빠 또 아플까 봐 미안해서 못 얘기했어요”라며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우리 아빠 누구보다 많이 여려 아파하실까 걱정된다. 아빠가 나 때문에 걱정 많이 하고, 잠 못 드는 거 싫어. 마음 쓰지 말고 편하게 지내셔야 해, 꼭”이라며 가족을 걱정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만 아프고 싶어서, 혼자 이기적이어서 미안합니다. 불효녀가 되고 싶진 않았는데 미안해요. 알지?”라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다.

A양은 “중학교 친구들이 너무 그립다. 보고 싶다. 얘들아, 너희가 너무 그리워… 내 얼굴 잊지 말고 기억해줘”라 덧붙였다.

유서 공개하며 눈물 흘리는 청주 여중생 부모. (사진=연합뉴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서를 읽던 A양의 부모는 울음을 터트렸다. 이어 “가해자가 재판에서도 뻔뻔하게 범죄를 부인하고 있다”며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공정한 재판을 통해 엄벌해달라”고 피력했다.

한편 A양은 지난 5월 12일 오후 5시께 친구 B양과 청주시 오창읍의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두 여중생은 숨을 거두기 전 성범죄 피해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피의자는 B양의 의붓아버지인 C씨다.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진 피의자 C씨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달 23일 비공개로 진행된 첫 공판에서 자신의 집에서 딸과 친구에게 술을 먹인 혐의(아동학대)는 인정했지만, 성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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