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폭행에 쓰러진 60대, 행인 50여명은 왜 그냥 지나쳤나

  • 등록 2022-05-12 오전 10:49:00

    수정 2022-05-12 오전 11:11:27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중국 국적의 40대 남성 A씨가 길을 지나던 60대 남성 B씨를 마구 폭행해 숨지게 했다. 길가에 B씨가 참혹하게 쓰러져 있는데도, 그냥 지나쳐간 사람들이 수십 명에 이른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11일 새벽 5시 40분, 구로구의 한 골목에서 A씨가 지나가던 B씨를 향해 뭐라고 외치는 듯하더니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채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서슴지 않는 모습이 현장 CCTV에 포착됐다.

A씨는 1분 넘게 B씨 얼굴을 중심으로 폭행한 뒤 분을 못 이기듯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더니 B씨의 옷 주머니를 뒤지고, 도로에 놓인 연석을 들어 내리치기도 했다.

B씨가 고통 속에 쓰러져 있는 동안, 그의 옆을 지나친 시민은 50여 명. 119 신고는 사건 발생 20여 분 뒤에야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아파트 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CCTV를 보니 범행 5분 뒤까지도 피해자가 살아 움직이는 것이 보이는데, 도와주는 이는 없고 오히려 멀리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영상=KBS1TV 뉴스 캡처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YTN에서 행인들이 B씨에 대해 적극적인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지역과 시간대의 특성이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게 만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 지역은 외지인들이 많이 생활하는 지역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까 음주 상태에서 일어나는 폭행 사건이 많아서 주민이 쉽게 개입하고 신고하기 어렵다”며 “회피할 수밖에 없는 공간적 특성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건이 발생한) 시간대가 아침 6시이다 보니 모두 출근을 서두르는 시간대였다. 지나가는 분들을 보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걸음을 옮기는 것을 볼 수 있다”며 “그렇기때문에 단순히 책임감의 분산이라고 얘기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고), 공간과 시간대의 특성이 고려돼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순찰을 자주 돌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지나간 시민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위험이 계속 발생하는 지역이라면 조금 더 치안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런 일을 맞닥뜨렸을 경우 시민의 입장에서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아무리 대도시이고 사람이 많아도 누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인지 주의를 기울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다른 사건에 개입하는 것, 남들이 일으키는 사건에 직접 개입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멀리서 보다가 112나 119에 신고만이라도 해 주면, 만약 (B씨도) 10분 이전에 신고됐으면 돌아가시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신고를 좀 더 열심히 하는 것이 결국 시민의 책무”라고 덧붙였다.

한편, B씨를 살해한 A씨는 15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손수레를 끌고 고물을 줍던 80대 노인에게도 시비를 걸며 폭행했다.

경찰은 A 씨를 살인과 폭행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A씨에 대한 간이 시약 검사 결과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구속 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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