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줘! vs 못 줘” 커지는 백내장 실손보험금 지급 논란

보험사, 과다 보험금 청구 증가에 지침 강화
가입자들 지급 거절사례 늘자 집단 소송까지
  • 등록 2022-05-20 오후 3:42:42

    수정 2022-05-20 오후 3:42:42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한쪽 눈이 흐리고 침침해 안과에 갔다. 의사가 진단한 병명은 백내장. 병원에서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고 실손보험금 청구도 가능하다고 조언해 부담 없이 수술을 진행했다. 하지만 수술 후 청구한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면서 A씨는 난처한 상황이 됐다. A씨는 “보험사에서는 세극등현미경 검사지를 반드시 제출하라고 했다”며 “병원에서는 관련 자료를 보관하지 않는다고 해서 난처해졌다”고 했다. 이어 “수술비도 만만치 않게 나와서 부담도 큰데 보험금까지 안 나오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최근 보험사와 금융감독원에 ‘백내장 관련 실손의료보험금을 지급해달라’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침 규정을 까다롭게 바꾸면서 지급거절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가입자들은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아우성이고, 보험사는 ‘백내장임을 입증하는 자료를 달라’며 맞서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실손보험 보험금 지급 지침을 강화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백내장에 대한 지침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수술명칭 기재 및 수술비 영수증 등 간단한 자료만 제출하면 보험금이 지급됐지만, 최근에는 전문의 검사지 등 치료ㆍ진단에 대한 명확한 근거자료가 있어야 지급한다.

일부 보험사에서는 백내장 판단근거로 사용되는 세극등현미경 검사지 제출을 필수로 요구하고 의료자문까지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세극등현미경 검사지가 ‘의무기록지(병원이 의무적으로 남겨야 하는 환자 의료 기록)’에 해당하지는 않는 점이다.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 지침을 강화한 건 백내장 관련 과잉진료 및 보험사기가 만연하다는 판단에서다. 치료가 가능한 백내장 단계임에도 수술을 권유한다던가, 노안 및 시력교정술을 백내장으로 교묘하게 바꿔치기해 보험금을 타내는 등이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이미 백내장과 관련한 실손보험금 지급 규모는 해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백내장 수술과 관련해 지급한 실손보험금이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6년(799억원)과 비교하면 5년 만에 무려 15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에서만 2조8600억원 적자가 발생한 상태다. 전년보다 적자폭이 3600억원 늘었다. 지난해 가장 많은 실손보험금이 지급된 진료항목 중 2위는 백내장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서울에 있는 몇 개 안과에서 백내장 수술이 다수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수술을 하지 않고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보험 가입유무를 따진 뒤, 수술을 시도해 보험금을 편취하는 등의 방식이 만연하다”고 전했다.

보험금 지급 기준을 강화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 되고 있다. 과잉진료는 의사가 했는데 수술관련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뿐만 아니라 보험사기범 취급까지 받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가입자들은 소비자원과 금융감독원 등에 민원을 내며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일 종료가 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이 당선인에게 바란다’ 국민제안에는 ‘백내장 보험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민원성 글이 8000건을 넘겼다. 또한 최근 보험설계사 한 커뮤니티에서는 백내장 보험금 부지급에 대한 집단 소송에 나선다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

한 가입자는 “보험사들이 갑작스레 바꾼 지침으로 보험금 지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과잉진료가 문제라면 병원과 싸워야 하는 것 아닌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골치가 아프긴 마찬가지다. 실손보험 적자를 끊기 위해서는 비급여 부분을 손을 대야 하지만, 이를 담당하는 복지부와의 교류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당국 측은 ‘정당한 보험금 청구건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보험사 지급심사를 강화하는 등 선량한 가입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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