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후회 속에서 살길”…서울대에 ‘정순신 아들 비판’ 대자보

22일 서울대 중앙도서관 게시판 대자보
“미래 명목으로 잘못조차 인정하지 않아”
“한때 아꼈던 친구는 비수 꽂는 괴물 돼”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잘못 뉘우쳐라”
  • 등록 2023-03-23 오후 1:47:34

    수정 2023-03-23 오후 2:03:46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진학한 서울대학교에 “평생을 후회 속에서 살아가라”는 학교폭력 비판 글이 담긴 대자보가 붙었다.

22일 서울대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죄인이 한때의 형제에게 고함’이라는 대자보가 붙은 모습. (사진=연합뉴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서울대 중앙도서관 게시판에는 ‘죄인이 한때의 형제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자신을 정 변호사 아들이 다녔던 민족사관고 22기 출신의 경영대생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한 학년이 16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기숙사에서 우리는 함께 지내왔다”며 “그 시절의 우리는 학교 친구보다는 차라리 가족에 더 가까웠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처음 너와 그 친구 사이의 문제가 밝혀졌을 때 현실이라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며 “너무나도 잔혹한 행동에 시달리던 불쌍한 친구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몰려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건이 일차적으로 해결된 뒤에도 (그 친구는) 너로 인해 겪은 끔찍한 일들이 자꾸만 생각난다며 울부짖다 결국 학교를 떠나 다시는 연락이 닿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 변호사의 아들을 향해 “너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불쌍한 친구에 대한 죄책감과 죄의식 정도는 있으리라 믿었다”며 당시 친구의 괴롭힘을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도 죄책감이 느껴진다고 적었다.

또 “너는 결국 자신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일 년이 넘도록 학교와 실랑이하며 시간을 끌고 네가 저지른 일의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너 자신의 잘못을 인정조차 하지 않았다”며 “너로 인해 고통받는 이에 대한 사과조차 부정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작성자는 정 변호사 아들의 변명을 듣고 나서야 “내가 잃은 형제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며 “한때 내가 친형제처럼 아끼고 사랑했던 친구는 자기 미래를 위해 다른 형제의 등에 비수를 꽂는 괴물이 돼버렸다”고 했다.

끝으로 “부디 지금이라도 네가 행한 일들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라”며 “너로 인해 아파했고 앞으로도 평생을 아파할 그 아이에게서 너를 미워할 권리마저 빼앗는 건 너무한 일 아니겠느냐. 부디 평생을 후회 속에서 살아가라”고 전했다.

지난달 27일 서울대에는 정 변호사 아들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한 차례 붙은 바 있다.

당시 생활과학대학 22학번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정순신의 아들은 고교 시절 피해자를 극단적 선택 시도에 이르게 할 만큼 심한 학교 폭력 가해자였다”며 “현재 서울대에 재학 중으로 윤석열, 정순신과 함께 부끄러운 대학 동문 목록에 함께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비난했다.

앞서 정 변호사의 아들은 고등학생 시절 강원도 민사고에서 동급생에게 욕설 등 언어폭력을 저질러 2018년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정 변호사는 이에 불복해 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고 처분이 유지되자 법원에 징계 조치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법적 대응으로 시간을 번 정 변호사의 아들은 민사고를 1년가량 더 다닌 뒤 반포고로 전학을 갔고 서울대학교에 정시 전형으로 입학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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