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로 유입된 저가 매수 덕에 어느 정도 회복에는 성공했지만, 주류 투자자산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가격 변동성이 높은 위험자산`이라는 꼬리표를 떼 내야 한다는 숙제를 새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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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만 해도 역사상 처음으로 4만2000달러까지 올라가며 시세를 분출하던 비트코인이 이후 사흘 간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이날 장중 한때 3만1000달러로 추락했다. 불과 사흘 만에 26%나 급락한 것. 달러화로 거래되는 거래소 시세를 평균한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이날 오전 10시50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7% 남짓 하락한 3만4000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2월 중순에 2만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한 이후 이달 초 3만달러를 넘었고, 이후 1주일도 채 안돼 4만달러까지 넘어섰다. 이처럼 가파른 상승랠리를 이어오던 비트코인은 단 사흘 만에 고점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단숨에 약세장(bear market)으로 진입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과거에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악명 높던 비트코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각 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쏟아낸 유동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각광 받으며 안정적인 가격 흐름을 이어왔지만, 최근 랠리과정에서 투기적인 개인들이 적극 참여한 탓에 또다시 변동성에 취약한 문제를 드러내고 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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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2010년 7월 이후 지금까지 하루 5% 이상 가격 변동을 총 722차례나 겪었다. 10% 이상 변동도 227차례에 이르고 무려 20%가 넘는 변동 역시 47차례나 있었다. 반면 또다른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928년 1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근 100년간 5% 이상 변동이 151차례 있었지만, 10% 이상은 10번, 20% 이상은 단 1번 뿐이었다. 아울러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金)은 1984년 11월 이후 30여년 간 5% 이상 변동이 27차례일 뿐 10% 이상 변동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작년부터 적극 유입된 기관투자가들이야 보유 자산 규모가 워낙 큰 만큼 이 정도 가격 변동을 버틸 수 있겠지만, 투자규모가 작은 개인투자자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 대형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해 300% 이상 폭등한 비트코인을 두고 `버블 중의 최악의 버블`이라고 지칭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날도 억만장자 투자자인 마크 큐반은 현재 비트코인시장을 과거 2000년대초 닷컴버블 붕괴와 비교하면서 “비트코인 거래를 보고 있으면 닷컴버블 당시 인터넷주식의 버블을 보는 듯하다”고 했다. 그는 “닷컴버블 때에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당시 인터넷주식 가격을 정당화할 지에 혈안이 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큐반은 버블이 꺼진다고 해도 비트코인은 살아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비트코인 가격이 단순한 과격한 조정을 보이고 있을 뿐 상승흐름에는 변화가 없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제임스 퍼트라 트레이드스테이션 크립토 상품전략 부사장은 “그동안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위로만 올라가는 상황이 두려웠던 만큼 이번에 나타난 가격 하락은 반드시 필요한 조정이었다”고 말했다.
아바트레이드의 나임 아슬람 수석시장 애널리스트도 “이번 가격 하락은 이리 훨씬 전에 나타났어야 했던 건강한 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이 최저 2만8000달러까지도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며 그 정도 돼야 바닥을 찍고 반등 가능할 것으로 봤다. 다만 “그렇다고 패닉에 빠질 상황은 아니며 오히려 낙관적인 관점에서 보면 비트코인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