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40대 아내가 대낮 도로에서 50대 남편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아내는 가정폭력으로 경찰에 4차례나 신고했다. 경찰은 1차 신고에서 즉각 이들을 분리조치 했으나 살인을 막지 못했다. 여성단체는 가정폭력 범죄를 사전에 예방할 제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 (사진=JTBC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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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아 여성인권티움 소장은 “피해자와 가해자 간 더 강력한 분리 조치와 가해자에 대한 더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경찰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음에도 현재의 법 제도로는 피해자를 계속 양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KBS에 따르면, 스토킹·가정폭력 등으로 피해자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건수는 급격히 증가했으나 이를 지원하는 전담 경찰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경찰청에 접수된 신변보호 조치는 2017년 621건에서 2021년에는 2154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올해 8월에는 이미 1800건이 넘었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떤 부분에 치안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또 어떤 부분은 치안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며 “경찰이 치안 수요에 맞게 기능별 부서별 인력 배치를 새롭게 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 범행 현장에 놓인 국화꽃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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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5일 충남 서산경찰서에 따르면 50대 A씨는 지난 4일 오후 3시 16분께 서산시 동문동 거리에서 40대 아내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흉기에 두 차례 찔린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A씨는 경찰의 분리조치 후에도 재차 B씨를 찾아가 상해를 입혔다. 경찰은 법원에 피해자 보호명령을 신청해 승인을 받고, 피해자 보호조치의 일환으로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그러나 A씨는 사법당국의 조치에도 사건 당일 B씨의 직장 근처로 찾아가 대낮 노상에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B씨는 A씨를 집에서 쫓아내 달라며 법원에 ‘퇴거 신청서’를 내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경찰 조사를 받아왔다.
| 범행 당시의 모습 (영상=JT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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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가 공개한 현장 상황이 담긴 CCTV에는 손에 흉기를 든 A씨가 B씨를 쫓아갔다. 주변 시민들이 달려들어 제지했으나 제압되지 못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는 매체에 “(A씨가) 너무 평온한 얼굴로 (B씨를) 그냥 막 내리쳤다”며 “그게 더 무서웠다. 악에 받쳐서 이런 게 아니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