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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오랜 고민 끝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며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내년 3월이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임기가 끝나는데, 이때에 맞춰 자리에서 떠난다는 계획이다.
◇근속 40년 맞은 윤부근 사장 가장 유력
자연스레 사람들의 눈길은 ‘포스트 권오현’의 주인공에게로 향한다. 권 부회장은 반도체 산업을 비롯해 삼성전자, 나아가 삼성그룹의 대표격으로 활동해왔다. 특히 오너 일가인 이건희 회장-이재용 부회장 부자가 각기 다른 이유로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삼성을 대표하는 자리에는 대부분 권 부회장이 참석해왔다. 새로운 정권 출범에 따른 정부와 재계간 상견례는 물론, 각종 협회·단체의 행사에도 권 부회장이 자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계와 가진 ‘호프 미팅’에도 역시 권 부회장이 자리했었다.
이 때문에 중량감이 상당한 인물이 후임자가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가장 하마평에 많이 오르내리는 사람이 바로 윤부근 사장이다. 윤 사장은 1978년 삼성전자 입사 이래 근속 40년을 맞았다. 2006년 ‘보르도TV’로 TV 시장 세계 1위를 차지한 ‘전설’이기도 하다. 현재 권 부회장과 함께 공동으로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면서, 동시에 전사 차원의 여러 조직을 총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가장 유력해보인다. 삼성전자의 ‘디자인경영’을 책임지는 디자인경영센터를 비롯해 가전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홈 사업도 총괄하고 있어 이미 장악력도 상당하다.
여기에 그 동안 윤종용 전 부회장 등 주로 엔지니어 출신이 대표이사를 맡아온 사례를 봐도 역시 엔지니어 출신인 윤 사장의 입지가 가장 탄탄해보인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안정성-세대교체 필요성에 깜짝카드 가능성도
다만 현재 삼성전자가 처한 몇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다른 선택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우선 삼성전자의 향후 과제들을 놓고 생각해보면 ‘안정’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올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지만, 당장 가까운 미래에 대한 불안감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거론되는 인물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경영지원실을 총괄하는 이상훈 사장(사진)이다. 이 사장은 과거 구조조정본부와 미래전략실 등 그룹의 콘트롤타워에서 근무했고 2012년 말부터 약 5년간 삼성전자의 ‘안살림’을 책임져왔다. 그만큼 회사 전반에 대한 이해나 장악력이 적지 않다.
‘세대 교체’를 위한 ‘젊은 기수론’도 힘을 받는다. 권 부회장이 용퇴하며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고 말한 점에서 이를 유추해 볼 수 있다. 현재 사장·부사장급이 전반적으로 50대 중반 이상, 60대까지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세대 교체를 통한 분위기 쇄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후임자를 추천할 예정으로 안다”며 “내부 논의와 검토를 거쳐 이사회에서 새로운 대표이사를 공식 선임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