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지난해 입양 이후 지속적인 학대로 생후 16개월 여아 정인(입양 전 본명)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진 양어머니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양어머니 측은 사건 당시 아이가 숨질 것을 알지 못했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정인양 신체에 남아 있던 골절·상처의 흔적과 전문가들의 증언을 토대로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 생후 16개월 입양아를 학대해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모 장모씨가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호송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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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이상주)는 14일 살인,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아동유기·방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어머니 장모(35)씨에게 무기징역을, 아동유기·방임,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아버지 안모(38)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이던 안씨는 선고 공판 직후 법정 구속됐다.
장씨는 지난해 6월부터 정인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그해 10월 13일 정인양 복부에 강한 힘을 가해 정인양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안씨는 같은 기간 부인의 방치와 폭행으로 정인양의 몸이 극도로 쇠약해졌다는 걸 알면서도 부인의 기분만을 살피면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 등을 받았다.
이날 재판부는 이들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인양의 사인인)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이 발생하려면 강한 외력이 필요하다”며 “장간막 네 곳이 찍어지는 등 다발성 손상이 관찰되고, 다른 장기가 파열되지 않은 점 등을 비춰보면 피해자가 누워있는 상태에서 피해자 복부를 발로 밟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장씨 측이 부인하던 살인의 고의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도망치거나 스스로 방어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며 “중요 장기들이 집중된 복부에 강한 충격을 반복해서 가하면 장 파열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즉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장기에 손상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건 일반인도 예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안씨에 대해서도 “누구보다도 정인양의 상태를 알기 쉬운 지위에 있었는데도 아내의 학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이해할 수 없는 변명만을 하고 있다”며 “정인양 사망 전날 어린이집 원장이 정인양을 병원에 데려가라고 당부했는데도 거부하면서 피해자를 살릴 마지막 기회조차 막아 버린 점 등을 고려해 엄한 처벌을 내리는 게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들엔 반인륜성과 반사회성이 매우 분명히 드러나 있고,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에게 크나큰 충격과 상실감을 줬다”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히 짓밟은 범행”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10년간 아동 관련기관 취업제한 명령도 함께 적용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장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또 안씨에게도 징역 7년 6월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