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SK하이닉스(000660)와 정부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 육성을 위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조성하는 국내 최초 300mm(12인치) 웨이퍼 기반 미니팹(fab·공장)의 밑그림이 나왔다. 정부와 SK하이닉스는 약 9000억원을 쏟아 대규모 클린룸과 소부장 기업 입주공간을 조성하고 최신 공정장비 50여대를 들인다. 세계 각국이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확보와 생태계 강화에 공을 들이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국내 소부장 기업의 300mm 웨이퍼 기반 테스트베드를 지원하면서 생태계 육성이 힘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부푼다.
KIAT, 반도체업계와 용인 미니팹 소부장 기업 수요조사12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첨단반도체 양산연계형 미니팹 기반구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국내 반도체 소부장 개발 기업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미니팹은 경기 용인시 원삼면 일대에 위치하는 SK하이닉스 용인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에 만들어진다.
|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용인 미니팹 소재·부품·장비 개발기업 수요조사 공고. (사진=한국산업기술진흥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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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팹은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관련 학계가 협력해 반도체 소재나 부품, 장비 등을 실증연구할 목적으로 조성하는 공정간소화 팹이다. 소부장 기업의 시제품 분석부터 양산 테스트까지 조기 상용화를 지원한다. 소부장 기업을 위한 일종의 테스트베드인 셈이다. 이번 수요조사는 미니팹에 실제 입주할 소부장 기업들이 어떤 지원을 필요로 하는지 등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내 첫 300mm 기반 미니팹…정부·기업 9000억원 투입 용인에 조성하는 미니팹은 300mm 웨이퍼 기반이다. 국내에 200mm(8인치) 웨이퍼 기반 미니팹은 있었으나 300mm 기반은 용인 미니팹이 처음이다. 외국에는 이미 300mm 기반 미니팹이 존재한다.
용인 미니팹은 연면적 3300㎡(약 1000평) 규모로 지어진다. 보통의 반도체 공장 수준인 청정도 클래스 100(1입방피트당 직경 0.5㎛의 먼지가 100개 이하) 이하 클린룸과 더불어 소부장 개발기업 입주 공간이 조성된다. 또 △산화 △포토 △식각 △박막 증착 △금속 배선 등 웨이퍼 입고 후부터 후공정 전까지 반도체 5대 공정을 실증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사진=용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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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팹에 설치되는 장비는 47대로 계획돼 있다. 최대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수준을 지원한다. 각 공정별 장비 39대와, 극미세공정에서 발생 가능한 오류를 잡아내는 계측장비 8대 등이다. 소부장 기업 수요조사 결과에 따라 들어오는 장비는 소폭 바뀔 수 있다.
이 미니팹 조성에 쓰이는 총 사업비는 9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중앙정부 예산이 약 절반 수준이고 나머지는 경기도와 용인시, SK하이닉스가 부담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오는 2027년 완료될 전망인 만큼 미니팹 운영도 그 이후에 가능하다. 정부의 예산 지원은 2034년까지 이뤄진다. 이후 사업비 조달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최신 반도체 300mm 기반 연구 필요…“소부장 생태계 강화될 것”
정부는 작년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발표하면서 소부장 기업의 성장을 위해 SK하이닉스와 연계한 미니팹을 구축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2월에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한림대 도헌학술원 개원 기념 학술심포지엄에 참석해 “외국에는 300mm 기반 미니 팹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200mm 기반만 있다”며 “용인 클러스터에 미니팹 성격의 300mm 기반 팹을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2월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림대 도헌학술원 개원 기념 학술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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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005930)가 서비스 중인 200mm·300mm 기반 MPW(멀티프로젝트웨이퍼)가 용인 미니팹과 유사하지만 이는 팹리스에 한정된다. MPW는 팹리스들의 시제품 생산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SK하이닉스가 조성하는 미니팹은 소부장 기업들과 학계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국내 첫 300mm 기반 미니팹이란 점을 강조하고자 별도의 이름을 붙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소부장 기업들이 SK하이닉스의 미니팹을 바탕으로 보다 현장에 맞는 실증·연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에는 300mm 기반의 웨이퍼가 주로 쓰이는데 각종 산업과 기술 발전에 따라 첨단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소부장 기업이 자사의 장비 등을 300mm 웨이퍼에 테스트할 시설의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소부장 기업들이 연속적인 공정 테스트를 300mm 기반 미니팹 한 곳에서 할 수 있어 실증분석·양산테스트를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소부장 업체의 역량을 높이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도 “최신 공정으로 만드는 반도체는 전부 300mm인데 그간 국내에서 소부장 기업들이 테스트할 수 있는 시설은 200mm만 지원했다”며 “용인에 조성하는 미니팹은 실제 산업현장과 연구시설의 미스매치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