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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이정미(55·사법연수원 16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차분한 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문을 읽어나갔다. 퇴임을 3일 앞둔 이 권한대행이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순간이기도 했다.
헌재는 박한철(64·13기) 전 헌재소장이 퇴임하자 지난달 1일 재판관회의를 열고, 남은 8명의 재판관 중 가장 선임인 그를 권한대행으로 선출했다. 앞서 2013년 이강국 헌재소장 퇴임 후 19일간 권한대행을 맡기도 했던 이 권한대행은 6년 임기 중 두 번이나 권한대행을 하는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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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권한대행의 차분한 진행이 돋보인 순간은 지난달 22일 16차 변론기일 때다. 김 변호사는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을 ‘국회 측 수석대리인’이라고 폄훼하는 등 1시간 40분간 막말을 쏟아내며 이 권한대행 등 헌법재판관들을 자극했다.
여러 차례 지적에도 김 변호사가 막말 변론을 이어가자 이를 듣던 이 권한대행이 뒷목을 잡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헌법재판관은 극한직업’이라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권한대행이 재판을 일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없었다면 대통령 대리인들의 막말과 모욕을 참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리인단에 말려들지 않으려 애쓰는 이 권한대행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권한대행은 자신의 퇴임 전 탄핵심판을 마무리 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헌재를 떠날 수 있게 됐다. 2011년 취임 당시 49세로 역대 최연소 헌법재판관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 권한대행은 벌써 50대 중반이 됐다.
이 권한대행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퇴임 후 공익적 목적에 무게를 둔 변호사 활동을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은 이 권한대행의 후임으로 이선애(50·21기) 변호사를 지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