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파면]8인 헌재 이끈 '이정미 리더십'…"박한철 빈자리 없었다"

대리인 막말·저질변론 차분히 대응
탄핵심판 중 살해위협 시달리기도
퇴임 후 공익적 변호사 활동 예상
  • 등록 2017-03-10 오전 11:25:28

    수정 2017-03-10 오전 11:25:28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사진 =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피소추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10일 이정미(55·사법연수원 16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차분한 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문을 읽어나갔다. 퇴임을 3일 앞둔 이 권한대행이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순간이기도 했다.

헌재는 박한철(64·13기) 전 헌재소장이 퇴임하자 지난달 1일 재판관회의를 열고, 남은 8명의 재판관 중 가장 선임인 그를 권한대행으로 선출했다. 앞서 2013년 이강국 헌재소장 퇴임 후 19일간 권한대행을 맡기도 했던 이 권한대행은 6년 임기 중 두 번이나 권한대행을 하는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탄핵심판 선고일인 10일, 머리에 꽂은 미용도구(헤어롤)를 미처 빼지 못한 채 출근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권한대행으로 선출된 후 그는 “탄핵심판 사건의 국가적·헌정사적 중대성과 국민 전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의 중요성을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며 “헌재 소장 공석에서도 중요한 재판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8인 재판관 체제에서 탄핵심판을 결론 내려는 헌재와 시간 끌기에 나선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은 사사건건 부딪혔다. 하지만 이 권한대행은 김평우·서석구 변호사 등 대통령 대리인단이 막말·저질변론에도 불구 차분하게 심판을 진행했다는 평가다.

이 권한대행의 차분한 진행이 돋보인 순간은 지난달 22일 16차 변론기일 때다. 김 변호사는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을 ‘국회 측 수석대리인’이라고 폄훼하는 등 1시간 40분간 막말을 쏟아내며 이 권한대행 등 헌법재판관들을 자극했다.

여러 차례 지적에도 김 변호사가 막말 변론을 이어가자 이를 듣던 이 권한대행이 뒷목을 잡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헌법재판관은 극한직업’이라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권한대행이 재판을 일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없었다면 대통령 대리인들의 막말과 모욕을 참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리인단에 말려들지 않으려 애쓰는 이 권한대행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탄핵심판 진행 중 살해위협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23일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온라인 카페에는 ‘이정미가 판결 전에 사라져야 한다. 나는 이제 살만큼 살았으니 나라를 구할 수 있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살해위협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이는 20대 남성으로 경찰에 자수했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권한대행은 자신의 퇴임 전 탄핵심판을 마무리 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헌재를 떠날 수 있게 됐다. 2011년 취임 당시 49세로 역대 최연소 헌법재판관으로 주목을 받았던 이 권한대행은 벌써 50대 중반이 됐다.

이 권한대행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퇴임 후 공익적 목적에 무게를 둔 변호사 활동을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은 이 권한대행의 후임으로 이선애(50·21기) 변호사를 지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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