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기재부 해체’ 주장에 기재부 “환영” 왜?

이재명 “상급 기관 노릇 기재부, 예산 기능 분리”
“기재부 나라냐” 14년 만에 기재부 조직개편 예고
구조조정에도 기재부 내부 기대감 “인사 숨통 트여”
“해체 효과 나려면 경제 아는 대통령 갈등조정 중요”
  • 등록 2021-11-18 오후 1:48:45

    수정 2021-11-18 오후 1:48:45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획재정부를 해체하는 정부조직개편을 예고했다. 기재부가 예산권을 비롯해 과도한 권한을 갖고 있다는 판단에 조직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재부 내부에서는 부처가 쪼개져 공무원 자릿수가 늘면서 ‘인사 숨통’을 틔울 것이라며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기재부 나라냐’ 이재명, 기재부 해체 공식화

이재명 후보는 18일 공개된 뉴스1 인터뷰에서 “기재부가 예산 권한으로 다른 부처의 상급 기관 노릇을 하고 있다”며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 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기재부의 제일 문제는 기획·예산·집행 기능을 다 가진 것”이라며 “그 문제를 교정해야 각 부처의 고유 기능이 살아난다”고 덧붙였다. 내년에 이렇게 되면 2008년 기재부 출범 이후 14년 만에 조직 개편이다.

앞서 노태우 정부까지는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으로 나눠져 있었다. 이후 김영삼 정부는 산, 국고, 조세 등을 통합 관장하는 재정경제원으로 일원화 됐다. IMF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는 예산 기능을 분리해 기획예산처로 이관했다.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체제로 유지됐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기능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는 취지로 기획재정부로 일원화 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대선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면서 기재부 등 주요부처 정부조직개편을 못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는 기재부가 비대한 ‘공룡부처’라는 입장이다. 이재명 후보의 정책 고문을 맡고 있는 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데일리와 만나 “기재부를 부활시켰지만 나아진 게 없고 오히려 역효과만 낳고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을 보더라도 기재부처럼 거대한 조직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예산권 독점에 대한 반감이 크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겨냥해 “기재부의 나라냐”며 쏘아붙였다. 양측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기본소득 등 재정 공약 관련해 정면 충돌하고 있다.

이재명 대선캠프 전환적 공정 성장 전략위원장을 맡은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기재부가 예산권을 너무 많이 갖고 있다는데 문제의식이 많다”며 “예산 기능을 대통령이나 총리 산하에 두는 방안 등 여러 방안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대통령실 소속으로 관리예산국(OMB)을 두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지난 5일 국회에서 “공무원 생활을 36년 했지만 해체 운운하며 지적받을 정도로 일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밤을 새워 뼈 빠지게 일하는데 그런 평가를 받는다는 건 굉장히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기재부가 해체되면 경제부총리직도 사라질 수 있다.

“기재부 해체는 호재…기재부 내부 환호성”

그러나 기재부 내부에서는 환영하는 입장도 많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부는 승진 적체가 워낙 심한 곳”이라며 “조직이 분리되면 일단 자리는 더 많이 생길 수 있단 기대가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내년 대선(3월9일) 이후 관례에 따라 중앙부처 1급이 사표를 제출하더라도 반려되고, 갈 자리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직개편 효과를 얻으려면 대통령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직을 분리해 조직 간 이견이 발생할 경우 이를 조정하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대중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았던 김태동 교수는 “IMF 외환위기 직후 재정경제원 조직을 쪼개도 큰 문제가 없었다”며 “분리된 조직 간 이견이 발생해도 경제에 해박했던 김대중 대통령이 통합·조정을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갈등조정 리더십이 없다면 공무원 자릿수만 늘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조성한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부처를 대수술한다며 여러 부처로 분리하고 해체하면, 해당 공무원들에게는 호재가 되는 역설이 나타난다”며 “기재부 고위직 등 소속 공무원들은 해체설에 속으로 환호성을 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정권 말기 개편설만 난무할수록 정치인 입만 바라보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정치권 줄 대기가 심해질 것”이라며 “정부 출범 이후 개편을 크게 할수록 관련 법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 논란만 커지고 차기정부 첫해에 일도 못하고 ‘공회전’만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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