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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박설아 판사는 14일 오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하정우의 1심 공판에서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8만 8749원을 명령했다. 우려했던 실형은 아니지만, 검찰이 구형한 벌금 1000만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하정우는 이와 관련 선고 결과가 나온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에게 “(재판 결과를)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앞으로 조심하며 건강히 살겠다”고 짤막한 심경을 밝혔다.
하정우의 소속사인 워크하우스컴퍼니 역시 선고 결과와 관련해 “이번 선고 결과와 관련해 별도로 밝힐 입장은 따로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박 판사는 “수면마취가 필요하지 않은 시술을 받으면서 프로포폴을 투약하고 지인의 인적사항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의사와 공모해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등 각 범행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이 깊이 반성하고 있고 동종범죄 뿐 아니라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을 참작했다”며 양형 취지를 설명했다.
검은색 정장에 금테 안경을 착용한 채 법정에 출석한 하정우는 취재진에게 이날 선고에 앞선 심경을 “선고를 앞두고 있어서 특별히 말씀드릴 건 없다.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동종 전과가 없고,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 약식기소 때와 마찬가지로 하정우에게 벌금 1000만 원을 구형했다.
하정우는 당시 최후 진술을 통해 “이 자리에 서기까지 주의깊지 못한 점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반성한다”며 “대중배우가 신중하게 모범을 보여야 했는데 저의 잘못으로 인해 아껴주신 동료 및 가족에게 심려끼친 점 고개 숙여 사죄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일로 이 자리에 서지 않게 조심하며 살겠다“며 ”모든 과오를 앞으로 만회하고 빚을 갚을 수 있게 재판장 선처 바란다“고 재차 호소했다.
하정우의 변호인단 역시 “하정우의 프로포폴 범행은 대부분 시술과 함께 사용됐고 의료인에 의해 이루어진 투약”이라며 “프로포폴 투약량 역시 여러 차트에 분산기재됐기에 실제 방문해 투약된 양이 진료기록부에 기재된 사항보다 훨씬 적었다는 점을 참고드린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특히 이번 사건으로 하정우가 배우로서 입은 경제, 사회적인 타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그가 배우로서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한 점 등을 호소해 이목이 집중됐다. 변호인단 중 한 명인 정영주 법무법인 가율 변호사는 “하정우는 이전까지 그 어떤 사건에도 연루되지 않고 성실히 살아왔다. 사회적 유대관계도 성실했기에 이미 많은 지인들이 선처를 호소 중”이라며 “무엇보다 피고인은 이 사건이 언론에 드러난 2020년 초반부터 현재까지 경제적으로 매우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배우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손해배상이 있을 만큼 경제적으로 손상이 크다”고 강조했다.
또 “이로 인해 끼칠 수 있는 소속사 매출 감소 및 영화 제작사 및 투자사의 경제 손실은 결국 피고인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피고인이 배우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많은 작품활동을 했고 한국 대중영화의 발전에 기여한 점을 참작해달라”고도 간청했다.
하정우는 앞서 지난 2019년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검찰은 하정우를 벌금 1000만원에 약식기소(비교적 혐의가 가벼워 징역형·금고형보다 벌금형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시, 검찰에서 이를 정식 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서면 심리로 약식명령을 내려달라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 했다. 하지만 법원이 법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해석, 직권으로 이번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해 법정에 서게 됐다.
어느 정도 자숙은 불가피하겠으나 최악의 상황인 실형 선고를 피함에 따라, 아직 관객과 만나지 못한 채 대기 중이던 그의 출연작들이나 그의 촬영 일정 등은 당장 큰 타격이 없을 전망이다.
하정우는 지난해 초 크랭크업한 ‘1947 보스톤’부터 현재 촬영 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 올해 초 촬영을 마친 신작 ‘야행’ 등이 예정돼 있다. ‘1947 보스톤’과 ‘수리남’은 특히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으로 분류돼 이번 재판 결과에 많은 이목이 쏠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