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광명에 땅 사둔 사람들이 이번에 걸렸을 수도 있는데…무조건 내부 정보 악용한 것마냥 시끌시끌하네.”(한국토지주택공사 온라인 커뮤니티)
“묵묵히 일한 직원들까지 (이번 사태로 인해) 싸잡아서 욕먹는 게 너무 안타깝다.”(한국토지주택공사 온라인 커뮤니티)
한국토지주택공사(LH)직원들이 광명시흥지구 땅을 투기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내부에선 억울하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다른 직원들 사이에선 실망과 분노가 교차하는 등 내부가 크게 동요하고 있단 전언이다.
|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투기의혹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에서 민변·참여연대 관계자들이 땅투기 의혹을 받는 LH공사 직원의 명단과 토지 위치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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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사내 익명 게시판 격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엔 LH 일부 직원들 의혹을 두둔하는 몇몇 글이 올라왔다. 블라인드는 직장인들이 사용하는 온라인커뮤니티인데, 해당 회사에 다닌다는 인증을 받아야지만 가입할 수 있다.
LH직원 A씨는 “요즘 영끌하면서 부동산에 몰리는 판국에 1만명이 넘는 직원 중 광명에 땅 사준 사람이 얻어 걸렸을 수 있다”며 “막말로 다른 공기업, 공무원 등 공직에 있는 직원들 중 광명 쪽 땅 산 사람 한명 없을까”라고 썼다. 또 다른 직원 B씨도 “버티기가 아니라 조사결과가 안 나왔다. 10년 전에 이미 지구지정된 택지를 구매했다고 무조건 손가락질 받을 일인가”라는 글을 게시했다. C 직원은 “LH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 하지 마란 법 있냐”며 “내부 정보를 활용해서 부정하게 투기한 것인지 본인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부동산 투자한 것인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는 글을 올렸다. LH에 빗발치는 비난에 억울함과 반발감을 표한 셈이다.
일부는 허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일부 직원들의 의혹이 제기되긴 했지만 나머지 평범한 직언들의 상실감이 굉장히 크다”며 “매일 야근하고 주말도 없이 일해 온 직원들도 지탄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땅 1평도 산 적이 없는데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다른 직원도 “LH에 일하면서 땅을 매입하는 건 이해충돌의 여지가 있다”며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인 만큼 전수 조사를 통해 국민의 의심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LH직원이 개발 가능성 있는 곳에 땅을 산 일은 부적절했다고 본다”며 “직원 모두가 투기꾼으로 몰려 힘들지만 쇄신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LH 등에 따르면 LH직원 13명은 총 12필지의 광명시흥지구 땅을 지난 2018년~2020년 매입했다. 현재 해당 직원들은 직위해제됐다. LH는 해당 땅 매입 정황을 살펴 위법 사안이 있을 시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또 앞으로 토지 담당 직원과 가족의 토지거래 사전신고제를 도입하고 신규사업 추진 시 관련부서 직원·가족의 지구내 토지 소유여부 전수조사해 부당한 토지거래가 확인될 경우 강도 높은 패널티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날 장충모 LH 사장 직무대행은 공개 사과문을 통해 “다시는 이와 같은 의혹으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드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재발방지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 신뢰받는 LH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