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지적장애인을 가스라이팅해 80대 영등포 건물주 살인을 교사한 혐의를 받는 모텔업주가 법정에 출석했지만,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재판이 공전했다.
| 80대 건물주 살인교사 혐의를 받는 모텔업주 조모(44)씨(사진= YTN 보도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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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명재권)는 13일 살인교사,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위반, 준사기 등 혐의를 받는 모텔업주 조모(44)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법정에 출석한 조씨는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지 확인 절차를 거친 뒤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이 밝힌 공소요지 등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11월 자신이 운영하는 모텔 주차장 관리인으로 일하는 30대 지적장애인 김모(33)씨를 시켜 80대 영등포 건물주를 살해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살해당한 피해자는 영등포 일대 재개발 문제와 관련해 조씨와 갈등을 빚어온 사이였다. 조씨는 이 사건 범행을 위해 평소 김씨와 피해자 사이를 이간질하기도 했다. 그는 김씨에게 수시로 “피해자가 너를 주차장에서 쫓아내려고 한다”, “피해자를 죽여야 우리가 주차장과 건물을 차지할 수 있다” 등의 이야기를 하며 적대감을 조장했다.
또한 조씨는 김씨를 피해자 소유 건물로 데리고 가 피해자 동선을 알려줬으며, 칼로 사람을 찌르는 방법, 무전기 사용하는 방법 등도 연습시켰다. 나아가 “피해자가 녹음할 수 있으니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죽여라”, “목격자가 있다면 목격자도 죽여라” 등의 지시를 내렸다. 장기간 조씨에게서 정신적으로 지배받는 상태였던 김씨는 조씨의 말에 따라 피해자를 끝내 살해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조씨는 김씨를 상대로 준사기 등을 벌인 혐의도 받는다. 조씨는 김씨에게 처음엔 모텔 주차장 관리를 맡겼고 시간이 지나면서 모텔 관리와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 일까지 시켰지만 5450만원에 달하는 임금은 지급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김씨가 매달 받는 80만~90만원의 장애인 급여 중 ‘모텔 방세’ 명목으로 50만~60만원씩을 갈취했다. 김씨는 실제로는 모텔 방에서 지내지 않고 주차부스 등에서 생활했다.
이에 대해 조씨 측 변호인은 “지난주 (증거기록 등을) 등사했고 기록을 목요일 오후 늦게 전달받았다”며 “이제야 기록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 전체적인 내용에 대한 의견을 말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록이 만 페이지 정도 되는데 이걸 분석하려면 최소한 3주 내지 4주가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씨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은 3월 12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