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녹취록을 제출하는 등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 온 정영학 회계사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함께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4인방. 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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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양철한)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4인방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정 회계사 변호인은 “어떤 낙인이 찍힐까 두려움이 있지만 공소사실에 대해 인정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이) 녹취록 신빙성 입증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 만큼 (재판에서)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함께 기소된 다른 3인방은 검찰 수사 기록에 대한 검토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특히 김씨와 남 변호사 측은 “(수사 기록에 대한) 열람·복사가 전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지난 2009년께부터 대장동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도시 개발 추진위원회 자문단으로 활동했고, 이후 배모 기자를 통해 유 전 본부장과 김씨를 소개 받아 함께 활동했다.
김씨와 남 변호사, 정 회계사는 유 전 본부장에게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설립해 민관합동개발방식으로 대장동 재개발을 추진해 달라고 청탁했고, 그 대가로 2013년 8월부터 총 3억 5200만원을 유 전 본부장에게 건넨 혐의를 받는다.
또 검찰은 이들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남 변호사 지인이던 정민용 변호사를 입사시켜 화천대유가 민간사업자 선정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김씨 등의 요구에 따라 민간사업자에게 막대한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로 대장동 재개발 사업 공모지침서를 확정했고, 그 결과 공사 측에 최소 651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은 김씨 등으로부터 그 대가로 뇌물 700억원 지급을 약속받고 실제 5억원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김씨는 이와 별도로 회사자금 4억 4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 남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투자팀장이었던 정민용 변호사에게 회삿돈 35억원을 건넨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한편,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기일로 진행된 이날 재판에는 4인방 중 유 전 본부장만 홀로 법정에 출석했다. 하늘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온 유 전 본부장은 재판부의 본인 확인 절차에 또박또박 답변한 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는 요청에 “변호인을 통해 같이 협의해 밝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