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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카카오페이 주식 대량 매각 논란 끝에 결국 자진 사퇴했다. 그는 카카오페이 대표로 국내 테크핀(기술금융) 시장의 개척자로 통하는 인물이다. 지난해 11월 카카오 본사 대표로도 내정되는 등 앞날이 탄탄대로였으나, 상장 한달여 만에 경영진과 함께 주식을 매각한 건에 발목이 잡혀 고개를 숙였다.
10일 카카오는 “류영준 카카오 차기 최고경영자(CEO) 내정자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며 “카카오 이사회는 최근 크루들이 다양한 채널로 주신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숙고해 이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류 대표 내정자는 지난 주말 사퇴 결심을 굳혔다. 이를 카카오에 알렸고 주중 시작되는 오전에 이사회가 열려 속전속결로 사퇴가 확정됐다. 카카오는 대표 내정자 공석을 최대한 빨리 채울 방침이다. 이번 주중에 후보 물색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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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류 대표를 포함한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은 총 44만여주를 매각했다. 900여억원 규모다. 이 중 류 대표는 23만주를 매각했다.
그에게 남은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은 48만2030주(취득가액 5000원)이니, 당시 전체 스톡옵션 중 32.3%를 매각한 셈이다. 시장에선 주식 매각 시기와 경영진의 집단 매각을 문제 삼았다. 상장 한달여 만에 주식 일괄 매각이 충격파를 안겼고, 사내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류 대표 내정자의 자진 사퇴 결정엔 외부 비판도 있겠지만, 주로 크루(직원)들의 부정적인 기류가 주된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노조 긍정적 반응
카카오 노조는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었고 무척 안타깝다”며 “이제는 회사·노동조합 모두 구성원들의 상처 회복을 위해 노력할 때”라고 성명을 냈다. 또 “구성원들의 정당한 요구가 논의되고 수용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향후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상장 시 일정 기간 임원진의 매도 제한 규정 신설 △선량한 관리자 주의 의무 강화를 위한 내부 점검 프로세스 강화와 같은 예방 대책을 회사에 요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