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유로와 엔의 약세 등으로 당분간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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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강세 미국에도 ‘양날의 검’…“여행할 때만 좋을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주요 16개국 통화와 비교해 달러 가치를 산출하는 달러인덱스가 지난주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월가에서는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예상을 거의 찾을 수 없다고 전했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11일 2002년 10월 이후 약 20년만에 처음으로 108선을 돌파했으며, 지난 15일에는 108.06으로 마감했다. 이는 올해 들어 10% 넘게 급등한 수치이며, 이달 들어서만도 2.5% 치솟은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주 달러화 전망치를 크게 상향 조정했으며, 달러 대비 유로 환율이 9월 말까지 97센트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달러인덱스 내 유로화의 비중은 50%를 훌쩍 넘는다.
맥스 고크먼 알파트라이 최고투자책임자는 “미국인이 강한 달러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휴가를 떠나는 것”이라며 “하지만 기름값 상승으로 (유류할증료가 올라) 항공료는 훨씬 더 비쌀 것”이라고 꼬집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나이키는 달러 강세로 1분기 실적이 부진했다고 밝혔으며, 2분기 실적 전망치도 하향했다. 해외 매출이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애플을 비롯한 다른 기술 기업들도 강달러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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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디폴트 위기에 伊, 재정위기 리스크도↑
대외 부채가 많은 국가들은 추가 물가 상승 압박과 무역수지 적자 확대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저소득국가들은 당장 원유, 원자재, 곡물 등 필수품 수입에도 타격을 받게 된다.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폭등과 달러 강세 속에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이 높아진 일부 신흥국은 국가부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NYT는 “달러 강세로 아르헨티나, 튀르키예(터키)와 같이 통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한 국가에서는 채권자에게 달러로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튀르키예의 통화가치는 21.4%, 아르헨티나는 17.7% 각각 떨어졌다.
스리랑카는 이미 지난 5월 공식 디폴트를 선언했다. 국내 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달러 강세와 원자재 가격 급등이 겹치며 510억달러(약 67조원) 규모의 국가채무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다음 타자로는 엘살바도르, 가나, 이집트, 튀니지, 파키스탄 등이 거론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신흥국의 30%, 저소득국가 중 60%가 채무 곤경에 빠졌거나 빠질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밖에도 달러 강세는 유럽 지역의 금리 인상을 촉발시키며 부채 부담이 높은 이탈리아 등의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 가능성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