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파업發 공사중단에 발 구르는 둔촌주공..."7일 쉬면 100일 늦어져"

레미콘 수급 못해 공사 대부분 중단
협력업체 "공사중단 피해자는 근로자...일용직 근로자 놀고 있어"
입주자 "또 공사중단? 상상하기도 싫다"
건설업계 "업무개시명령 확대 검토해달라"
  • 등록 2022-11-30 오후 4:01:37

    수정 2022-11-30 오후 4:01:37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7일을 쉰다고 공사가 7일이 늦어지는 게 아닙니다. 7일을 놀면 100일이 늦어집니다” “일감이 없어서 일용직 근로자들이 다 놀고 있습니다. 실제 피해를 보는 사람은 근로자입니다. 일을 못하니 급여를 못 받아갑니다”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의 모습.(사진=연합뉴스)
30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 아파트 건설 현장 사무실은 아우성으로 넘쳤다. 사무실을 찾은 아파트 골조공사 업체 대표들은 위기감을 호소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으로 레미콘 공급이 멈추면서 대부분 작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옛 둔촌주공아파트 자리에 들어서는 이 단지는 1만2032가구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아파트’로 불린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중단됐던 공사를 올 10월 6개월 만에 재개했다. 다음 달 일반분양을 분주히 준비하던 이 단지는 지난주 화물연대 파업으로 날벼락을 맞았다. 레미콘 차량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공사장을 현장 인력 몇몇만 지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은 일단 급한대로 마감 공사 등 레미콘이 없이 할 수 있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김재돈 현대건설 현장소장은 “지금 3, 4일 치 일거리밖에 안 남았다”며 “지금 현장 근로자 3분의 1이 빠져 있는데 다음 주면 3분의 2를 빼야 한다”고 말했다. 날이 더 추워지면 레미콘 작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건설사와 협력업체는 더 조급하다.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던 재건축 조합원도 발을 구르고 있다. 가뜩이나 공사 지연으로 사업비 부담이 커졌는데 이런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박원철 입주자 대표는 “이미 조합원 입주가 당초보다 1년 넘게 지연됐는데 또 지연되면 그 피해는 감내하기 어렵다”며 “상상하기도 싫다”고 말했다. 한국주택협회는 올림픽파크 포레온처럼 화물연대 파업으로 레미콘 수급을 못해 공사를 멈춘 사업장이 대형 건설사 현장만 443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29일 시멘트·레미콘 운송 종사자에게 업무개시명령(파업으로 국가 경제에 심각한 피해가 있을 때 업무에 강제 복귀시키는 제도)을 내렸다. 업무개시명령을 송부받으면 다음 날 24시까지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면 형사처벌(3년 이하 징역형 혹은 3000만원 이하 벌금형)과 함께 화물운송 자격을 정지(1회 거부)·취소(2회 이상 거부) 당할 수 있다.

이날 올림픽파크 포레온을 찾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빨리 준공돼서 조합원들이 돌아와야 하고 일반분양 받으려는 사람들은 ‘내 집 마련’ 꿈에 부풀어 있는 주택 건설 현장인데 화물연대 운송거부 때문에 (작업이) 한없이 늦어진다고 하니 시공회사뿐만 아니라 입주자들도 답답하고 고통이 그지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오늘 지나면 (운송 거부 인원이) 빠른 속도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방해하는 움직임이 있겠지만 엄정히 법을 집행하겠다”고 했다.

건설업계는 원 장관에게 더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 김재식 주택협회 부회장은 “기간산업이나 일상 생활과 직결된 철강·자동차·정유도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며 “업무개시명령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파업으로 공사 지연이 발생할 때 노조 등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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