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김형환 기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친분이 있는 500억대 재력가로 자신을 속여 지인들에게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40대 남성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19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사기 혐의로 진모(48)씨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진씨는 지난해 8월 피해자들에 의해 고발된 상태다. 이모(54)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재력가를 자처해 접근한 진씨가 수천만 원의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건은 2020년 12월로 거슬러간다. 중소기업 D사를 운영하던 진씨는 사업가 이씨를 소개로 만나 “당장 쓸 돈이 없으니 지원을 해주면 나중에 두 배로 갚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씨는 이듬해 2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총 1900만원을 빌려줬고, 지인들과 진씨의 만남도 주선해 1000만원 넘는 돈을 빌려주도록 했다.
이씨는 “2020년 말에 한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진씨가 우리 회사에 투자하겠다고 말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돈을 빌려가기 시작했다”며 “처음엔 230억원짜리 해외 여행자 수표를 내밀면서 한화로 현금화가 안돼 돈이 필요하다고 해 빌려줬지만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씨는 이씨와의 만남에서 한화로 200억원이 넘는 달러 여행자 수표는 물론, 570억원 잔고가 표기된 통장 사본을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고급 외제차인 마세라티를 소유하고,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등 재력가 행세를 했다는 게 이씨 측 주장이다. 이외에도 진씨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친하다”, “기획재정부 고위관리로부터 돈을 끌어올 수 있다” 는 등의 말로 피해자들을 속였다는 후문이다.
| 고발당한 진씨가 채권자인 이모씨 등에 보여준 통장 잔고 사본. 거래일자가 뒤섞여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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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진씨가 피해자들에 내밀었던 수백억대 통장잔고 등은 위조된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가 피해자들이 제공한 자료들을 확인한 결과 날짜순으로 정리돼야 하는 A은행 통장 거래내역 순서도 뒤섞여 있었고, A은행에서 발급했다는 금융확인거래서에는 오자가 발견되기도 했다. A은행 관계자는 “조악하게 조작된 문서들로 은행에서 발급한 문서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진씨가 운영하던 D사는 지난해 6월 폐업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속된 상환 요구에도 진씨가 돈을 갚지 않자, 피해자 일부는 진씨의 신분을 의심하다 결국 지난해 8월 고소에 이르렀다. 남은 피해자들도 서초, 방배경찰서 등에 추가 고소를 하겠단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으로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 (사진=이데일리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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