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잘 때 살인충동”…흉기는 기본, ‘가정폭력’ 위험수위

가정폭력 'A등급' 모니터링 횟수 16.7%↑
40대 여배우 남편, 접근금지에도 흉기 피습
“물리적 분리 공간 필요…감시 체계도 방법”
  • 등록 2022-06-20 오후 5:18:19

    수정 2022-06-20 오후 8:26:14

[이데일리 조민정 김형환 기자] “너 죽고 나 죽자. 너가 잘 때면 살인 충동 느낀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이모(25)씨는 지난해 9월 밤 11시쯤 아내가 쓰레기를 버리지 않은 사실을 알고 화가 치밀었다. 아내와 말싸움을 하던 이씨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주방에 있던 흉기를 집어들고 아내에게 다가가 흔들면서 “너 죽고 나 죽자”고 했다. 이어 더 큰 흉기를 집어든 그는 아내를 밀치면서 “니가 잘 때 살인 충동을 느낀다”고 말하며 협박했다. 특수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지난 15일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17일 전북 정읍시 북면의 한 가게에서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흉기난동 살인사건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사진=뉴스1)
‘코로나 시대’ 가정폭력 가해 수위↑…강력범죄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가정폭력 신고는 소폭 감소했지만 폭력의 위험수위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물리적인 힘이 약한 여성 등을 대상으로 흉기 난동은 물론 살인에 이르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6일 전북 정읍시에선 ‘종교’를 이유로 위장이혼 중이던 40대 남성 A씨가 전처와 처남댁을 찾아가 살인을 저지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가 미리 준비해간 휘두른 흉기에 아내와 처남댁은 숨졌으며, 처남은 중태에 빠져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다. 서울 용산구의 40대 여배우 B씨는 지난 14일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해 경찰에 세 차례 신고해 접근금지 명령 등을 받아냈음에도 결국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수차례 찔렸다. B씨의 남편은 이날 오전8시 딸의 등교를 도우러 나온 아내에 역시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렀다.

20일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가정폭력 재발 우려가 큰 ‘A등급’ 모니터링 횟수는 2020년 6만5681건으로, 5년 전인 2016년 5만6281건과 비교해 16.7% 증가했다. A등급은 △최근 3년간 가정폭력 입건 전력 3회 이상 △최근 3년간 가정폭력으로 구속된 전력 1회 이상 △최근 1년간 신고 출동 이력 3회 이상 △(긴급) 임시조치 결정·신청된 경우에 해당한다. 장일식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A등급 모니터링이 증가하는 건 가정폭력의 가해 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그만큼 경찰의 기존 대응시스템으로 완벽한 관리와 지원이 쉽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며 “가정폭력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신체적·정신적 고통뿐만 아니라 가정의 해체를 유발하는 등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 다각적인 피해자 보호·지원과 사후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물리적 분리 필요…반의사불벌죄도 요인”

전문가들은 단순한 접근금지 명령은 가해자에겐 큰 심리적 압박감으로 다가오지 않는 만큼 더욱 적극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실제로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가해자를 물리적으로 분리해 특정 장소에서 관리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한데, 접근금지 명령은 비교적 느슨한 조치라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며 “행정안전부나 법무부가 통제만 하려고 하지 말고 현장에서 생기는 사각지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라는 점도 가정폭력을 근절하기 어려운 이유다. 사건 처리의 기준이 피해자의 의사에 달려 있는데, 경제적인 이유나 물리적인 위협 등으로 제대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선진국은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 없이 적극적으로 처벌하는 제도를 택하고 있다”며 “접근금지 명령을 감시 체계로 바꾸고 임시 조치로 한 달간 전자 감시를 실시한 후 보복 가능성이 없으면 해제하는 식으로 운영하면 인권 침해 요소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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