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보조금 혜택을 현금으로 수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조금 혜택을 세액공제로 받지 않고 현금으로 수령할 경우 영업이익에 반영해 향후 막대한 실적개선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이에 따른 영업이익 개선효과를 2025년까지 약 10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법인 전경.(사진=LG에너지솔루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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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IRA 보조금을 현금으로 수령할 경우에 대비해 회계적으로 무리가 없는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IRA 보조금을 영업이익 단에 반영하는 것에 대해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에게 자문을 구한 상태”라며 “현금으로 수령할 경우 실제 유입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세액공제 대신 현금수령으로 가닥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8월 IRA를 제정하며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이하 AMPC)라는 보조금 제도를 도입했다. AMPC는 태양광과 풍력발전, 배터리 등 주요 제품의 제조를 미국에서 할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 미국 국세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AMPC 배터리 세액공제 내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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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세청(IRS) 홈페이지에 게재된 AMPC 세부 조항에 따르면 보조금 혜택을 받는 기업들은 세액공제와 현금수령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배터리 업체들은 배터리 셀 제조 시 35달러(1㎾h 기준), 배터리 모듈 제조 시 45달러(1㎾h 기준)를 지원받는데, 이를 현금으로 수령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부터 제도가 시행되면 첫 5년 동안은 현금 지급을 요청할 수 있어 오는 2027년까지 보조금 정책에 따른 실적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액공제는 말 그대로 세금을 줄여주는 것으로, 이 경우 순이익에 적용되는 법인세(세율 21%)에만 그 효과가 반영되는 한계가 있다. 순이익 규모가 적을 경우에는 실제 내야 할 법인세보다 혜택규모가 더 클 가능성도 존재한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이 보조금을 현금으로 수령하면 막대한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유력한 방안으로는 보조금을 현금으로 받은 뒤 이를 매출원가에서 차감 반영하는 방법이 꼽힌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체의 경우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빼고 그 뒤에 판매 및 관리비를 제외해 영업이익을 산출한다. 현금으로 받는 보조금 규모만큼 매출원가에서 차감한다면 자연스레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세부규칙이 확정되면 IRA에 따른 재무 영향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자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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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익, 최대 얼마나 늘어날까
실제로 최근 미국의 태양광 모듈 1위 업체 퍼스트솔라는 AMPC 효과로 올해 매출총이익(매출액-매출원가)이 지난해 3%에서 올해 30%를 상회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퍼스트솔라의 주가는 30%포인트 가까이 상승하기도 했다. 보조금을 현금으로 수령해 영업이익을 개선하는 효과를 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본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2026년까지 배터리 생산 규모는 293GWh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에 7조2000억원을 투자해 원통형 배터리와 ESS(에너지저장장치)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하며 총 7개의 생산기지를 확보하게 됐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생산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보조금 혜택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2025년까지 약 10조원 규모의 이익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물론 한화솔루션 등 태양광 업체들도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다만 확실한 혜택 규모는 오는 30일 미 재무부가 발표할 예정인 IRA의 세부규정에 따라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세부규정이 발표되면 정확히 혜택규모를 추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