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경기도에서 네이처리퍼블릭 점포를 운영중인 A씨는 최근 몇 달째 밤잠을 설치고 있다. 작년 폐점한 2개 점포의 임대료를 아직도 못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네이처리퍼블릭 가맹점을 운영하는 B씨는 본사의 저가 마케팅 때문에 폐점을 고려하고 있다. 저가 제품 위주로 팔다보니 매장의 수익이 급감했고 매달 임대료를 내는 것도 벅찰 지경이다.
| ▲네이처리퍼블릭 가맹점 건의게시판 갈무리. (사진=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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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1세대 화장품 로드숍인 네이처리퍼블릭이 가맹점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수익 개선을 위해 저가 정책을 펼치면서 가맹점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B씨는 “코로나19가 터진 2년 동안 색조 제품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손님이 와도 팔지 못한다”며 “다른 제품도 제때 공급이 되지 않아서 한 번 들어올 때 사재기를 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회사가 저가 정책을 쓰면서 마진까지 축소시켰는데 이는 계약서와 명백히 다른 부분”이라며 “일부 점주들이 모여서 회사에 항의를 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바뀌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A씨는 “점포 두 곳을 폐점한 후에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네이처리퍼블릭은 가매출(임의카드)을 상계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증빙없이 비용을 부담시켜 수 천만원의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며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경기도 가맹사업거래분쟁조정협의회에 조정을 신청하고 영업직원 등을 형사고발했지만 회사는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처리퍼블릭 가맹점주들은 △저마진 정책으로 인한 순손실 △색조 등 주요제품 재고 부족으로 인한 잠재손실 △무차별적 할인 등을 개선해달라고 본사에 요청하고 있다. 본사가 가맹점과 소통을 하지 않으면서 점주들은 단체 법적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 ▲네이처리퍼블릭 가맹점 건의게시판에 올라온 댓글 갈무리(사진=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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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리퍼블릭은 2009년 자연주의 콘셉트를 기반으로 등장해 수딩젤, 아쿠아 수분크림 등 히트 제품을 출시하며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중국 사드 영향과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면서 2016년부터 6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시기에 창업자인 정운호 대표까지 불미스러운 일로 구속되면서 회사 경영이 급격히 기울어졌다. 매장수(가맹+직영점)도 2018년 629개에서 2020년 439개로 3년새 200개 이상 줄어들었다.
작년 경영에 복귀한 정 대표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체질 개선을 위해 온라인몰과 일본 등 해외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수익에 큰 도움이 안되는 가맹점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네이처리퍼블릭은 업계에서 ‘친(親)가맹 정책’을 펼치는 회사로 가맹점주 협의회를 통해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보증금 반환과 관련해서는 사안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 ▲네이처리퍼블릭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역 내 매장에 50% 세일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윤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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