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간협 “주소·전번 적고, 지지 후보 써라”…‘반강제’ 대선 조사 논란

대한간호협회, 클린정치 명목 설문조사
간호사·간호대학생 대상…“누구 지지하나”
‘자발적이나 적극참여’…현장선 “사실상 강제”
“내 정치성향 보이기 싫은데, 윗선 지시”
  • 등록 2022-02-14 오후 4:04:00

    수정 2022-02-14 오후 9:38:34

[이데일리 조민정 김윤정 기자] 대한간호협회(간협)가 20대 대선을 앞두고 간호사와 간호대학생을 대상으로 지지하는 대선후보 설문조사를 진행하자 내부 반발이 나오고 있다. ‘간호법 제정 달성을 위한 자발적 참여’를 명분으로 앞세웠지만 연락처와 집 주소 등을 모두 적어야 하고 상사가 직접 작성을 지시하는 등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와 강압적 분위기에, 일각에선 특정 후보 지지를 유도하려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간협에선 지역 협회 차원의 문제라며 선긋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에서 간호사와 간호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대선후보 선호조사 설문지.(사진=독자 제공)
14일 복수의 간호사 등에 따르면 간협은 ‘클린정치’ 캠페인으로 각 병원 간호국을 통해 설문지를 배포하고 있다. 해당 설문지엔 ‘지지하는 정당의 대선후보자는 누구입니까’, ‘해당 대선후보에 대해 자발적인 지지선언에 참여할 의향이 있습니까’ 등의 질문이 나열돼 있다.

클린정치 캠페인은 간호사의 정치인 후원에 부정적 인식과 우려를 해소하고, 간호에 관한 필요사항을 규정하는 간호법 제정 달성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질문 내용에서 보듯 실제로는 다수가 지지하는 특정 후보를 조사해 공개 지지선언을 하기 위한 작업이다.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한 개인정보는 지지선언 때 특정 정당에 제공할 방침이다.

문제는 강제성이 짙어 해당 간호사들의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본인의 정치성향을 밝히기가 꺼려지고, 종이 설문지에 이름·연락처·거주지를 직접 적어야 해 개인정보 유출 우려까지 있지만 일선 현장에선 참여를 강요당하고 있단 불만이 많다.

서울 A대학병원 간호 파트장은 간호사들을 불러 “서명하고 가라”고 지시하고, 단체카톡방을 통해 설문지 작성을 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B대학병원에선 수간호사가 “간호법 제정을 위해 작성하고 가라”고 강권했다는 전언이다.

서울 C병원 간호사는 “자발이라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니 사실상 반강제”라면서 “내가 열성 지지자도 아닌데... 내 개인정보를 넘길 것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 않다”고 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도 들끓고 있다. 간호사들은 “비밀선거는 기본 아닌가, 누구 지지하는지 말하고 싶지 않은데 윗선에서 작성하게 지시했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를 알리기 찜찜하다”, “공직선거법 위반 아니냐”는 글들을 올리고 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글도 올라 왔다. 후보별로 설문지를 따로 만들면서 마치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여기게 했단 것이다.

대한간호협회에서 간호사와 간호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대선후보 선호조사 설문지.(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간협은 설문조사에 문제가 없단 입장이다. 대선후보 지지선언을 위해 지역별 협회 차원에서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간협 관계자는 “간협이 주최하는 게 아니라 지역별 협회에서 실시하고 있어 (작성을) 강제한다고 느낀다면 병원 측에서 제대로 설명을 못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치성향 조사는 선거시즌이 오면 매번 진행했고, 개인정보 없이 지지선언만 한다면 신뢰도가 떨어져 수집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지역 협회별 각개로 진행하는 여론조사 및 지지선언은 당초 목적인 ‘간호법 제정’ 달성에 큰 도움이 안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얼마 전 울산시간호사회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선언을 했던데, 예를 들어 내일은 경기도간호사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선언을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협회 안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 효과가 떨어지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 동의를 자발적으로 선택한다고 해도 실제 누군가의 강요로 참여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며 일부 선거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한다.

신상민 법무법인 에이앤랩 변호사는 “설문조사에 참여하라고 강권하면서 개인정보보호법 동의 여부를 묻는 건 법을 회피하려는 행위로 보일 수 있다”며 “원칙적으론 여론조사라도 개인정보 수집을 아예 안 하는 게 맞고, 제3자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헌법상 비밀투표가 보장되고 있는데 사실상 누굴 찍을 건지 공개하라는 건 선거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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