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암호화페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55분 루나는 0.3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1달러로 가치가 고정돼 있어야 할 UST도 0.61달러 수준으로 급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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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 코인 UST 알고리즘 ‘작동 불능’
루나와 UST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의 권도형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테라폼랩스가 발행하는 암호화폐다. 테라폼랩스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지만, 한국인 대표가 설립한 회사가 발행했다는 점에서 국산 암호화폐로 분류됐다.
UST는 가격이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인데, 현금 등을 담보로 설정하는 일반적인 스테이블 코인(테더, USDC 등)과 달리 차익 거래 시스템을 통해 자매 코인 루나를 발행하거나 소각하는 방식으로 ‘1UST=1달러’ 가격을 유지해왔다. UST가 1달러를 초과하면 차익 거래자는 루나를 소각하고, 1달러보다 아래로 떨어지면 루나 공급을 늘려야 하는 식이다.
일각에서는 “폰지 사기”라는 비아냥도 나왔지만, 루나 시세가 계속 상승하면서 이런 알고리즘이 잘 작동했다. 문제는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UST 시세가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루나도 덩달아 하락했고, 결과적으로 이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됐다. 두 코인은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폭락을 촉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UST·루나 모델은 이 암호화폐를 지원하는 사람들의 집단적 의지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비판받아왔다”고 지적했다.
루나·UST의 가격 붕괴로 암호화폐 시장도 흔들렸다. 최근 약세를 보여온 비트코인은 3만달러마저 무너졌다. 솔라나, 아발란체 등 디파이와 관련된 주요 알트코인도 일제히 폭락했다.
권 CEO는 이번 폭락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나섰다. 권 CEO는 트위터에 “지난 72시간이 여러분 모두에게 매우 힘든 시간이었다는 것을 안다”며 “우리는 이 위기를 헤쳐나갈 방법을 만들 것”이라고 썼다. 테라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도 지난 10일 트위터에 “테라는 지금까지 큰 성장통 없이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예치 자산 규모 2위를 달성했다”며 “지금은 그동안 없었던 성장통에 직면한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암호화폐 업계에선 오히려 테라 측이 수십억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최근 매입한 점을 우려한다. 이번 폭락 사태가 비트코인 처분으로 이어질까 봐 긴장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권 대표를 주인공으로 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여기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까지 UST 등 스테이블코인의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등 좋지 않은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포브스 등 일부 외신은 이번 폭락 사태를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비교하기까지 했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죽음의 소용돌이 현상을 피하지 못하면서 UST가 폭락하고, 루나도 97% 추락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