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품은 한화...13년 만에 '글로벌 방산종합기업' 완성

(종합)산업은행과 2조 규모 '3자 유증' MOU 체결
"에어로 등 6개 계열사 동원해 인수 대금 마련"
대우조선 인수로 잠수함·군함 등 특수선까지 진출
'육해공' 통합방산 갖춰..'한국형 록히드마틴' 도약
  • 등록 2022-09-26 오후 5:08:57

    수정 2022-09-26 오후 9:32:57

[이데일리 박민·함정선·김관용 기자] 한화그룹이 과거 한차례 고배를 마셨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13년 만에 다시 재추진에 나선 것은 ‘글로벌 종합 방산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을 채우기 위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방산·항공우주를 신성장 사업으로 삼고 역량 강화에 나선 한화그룹은 그룹 내 흩어진 방위산업 부문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하나로 통합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여기에 해양 방산 강자인 대우조선해양까지 품으면 잠수함과 군함 등을 생산하는 특수선 역량까지 강화할 수 있게 돼 국내 유일의 육해공 종합방산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대우조선 인수,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 갖춰

26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전략적 투자유치를 개시하면서 한화그룹과 2조원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49.3%와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즉 한화그룹이 2조원의 인수대금을 치르고 대우조선해양의 1대 주주로 올라서며 새 주인 자리에 앉게 된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품으면 그룹 차원의 방산 사업 재편도 정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는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방산부문을 하나로 합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의 방산 부문과 한화디펜스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해 지상에서부터 항공우주에 이르는 종합방산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게 한화의 구상이다.

특히 세계 최고 방산기업으로 꼽히는 록히드마틴처럼 ‘규모의 성장’과 ‘방산 제품 다양화’를 통해 ‘한국형 록히드마틴’으로 거듭나겠다는 게 한화의 비전이다. 이러한 비전 달성의 마지막 퍼즐로 꼽히는 게 방산분야 ‘육해공’ 중 유일하게 갖추지 못한 ‘해’ 산업이다. 그러나 이번에 해양 방산 강자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기존 우주에서 지상 방산을 넘어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사업부문은 크게 액화천연가스(LPG) 운반선 등 상선과 잠수함·군함 등 특수선으로 나뉜다. 이중 특수선 분야에선 국내 1위 함정 건조업체”라며 “중동, 유럽, 아시아에서의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무기체계는 물론 대우조선의 주력 방산제품인 3000톤(t)급 잠수함과 전투함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NG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 시너지

아울러 수소 시대로의 전환을 앞두고 ‘가교’ 에너지원으로 평가받는 LNG 분야에서도 대우조선해양과의 시너지를 예상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미 LNG를 미국에서 수입해 통영에코파워가 발전하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대우조선의 LNG 해상 생산 기술(FLNG)과 운반, 연안에서 재기화 설비(FSRU)까지 더해지면 향후 수요가 급증하는 LNG 시장에서 전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LNG 운송기술에 한화솔루션, 한화임팩트, ㈜한화 등의 계열사 역량을 더해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LNG 사업 밸류체인도 구축할 수 있다”며 “이외에 대우조선이 경쟁력을 갖춘 해상풍력설치선(WTIV)을 활용해 한화솔루션은 미국과 유럽에서, 한화건설은 국내에서 해상풍력 발전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이번 2조원 자금 마련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과거 2008년 인수를 추진했을 당시 대우조선 몸값이 6억30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현재 인수대금은 대폭 할인을 적용받은 셈이다. 이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조원과 한화시스템 5000억원, 한화임팩트 파트너스 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원) 등 총 6개 계열사를 통해 무리 없이 인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 측은 오는 11월 말에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한다.

대우조선해양이 설계·건조한 3000톤급 잠수함의 선도함 ‘도산안창호함’이 지난해 9월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진수되는 모습.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 할 것”

이번 한화그룹의 인수 추진으로 지난 2000년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23년째 채권단 관리를 받으면서 ‘주인 없는 회사’라는 설움을 받아온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화그룹의 전폭적인 투자지원을 바탕으로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에도 탄력이 붙고, 글로벌 수주 경쟁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화그룹은 이번 대우조선 인수는 단순한 이익 창출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기간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와 일자리, 수출 확대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이 위치한 경남 거제의 지역사회와 상생하겠다는 각오다. 아울러 조선 기자재와 하청 제작 업체 등 지역 뿌리산업과도 지속 가능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그룹의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뿐 아니라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투자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노조와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노사 관계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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