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진땀승' 김동연, '흙수저 신화' 넘어 '대권 잠룡' 부상

김동연, 0.15%p 차이로 경기지사 당선
흙수저 신화에 정통 관료 출신
文 경제정책 반대 했던 부총리, 중도 확장도 가능
  • 등록 2022-06-02 오후 3:34:18

    수정 2022-06-02 오후 9:06:56

[이데일리 박기주 김유성 기자] 이번 경기지사 선거는 말 그대로 ‘피 말리는 접전’이었다. 다른 지역의 당선자가 모두 확정되는 순간에도 그 향방을 알지 못했던 경기지사 선거는 99%의 표를 뒤집은 뒤에야 승부가 갈렸다. 승자가 된 김동연 당선자는 ‘흙수저 신화’를 넘어 ‘대권 잠룡’으로까지 그 위상이 올라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현충탑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김동연 민주당 후보는 49.06%의 득표율을 기록해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48.91%)를 단 8913표 차이로 이기고 당선됐다. 경기지사 선거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 했던 ‘이심(李心)’ 김동연 후보와 윤석열 대통령의 대변인을 맡았던 ‘윤심(尹心)’ 김은혜 후보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이 선거에 쏠린 관심을 증명하듯 두 후보의 득표 경쟁은 치열하게 벌어졌다. 김은혜 후보는 개표가 시작된 후 줄곧 앞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김동연 후보도 뒤쳐지지 않고 꾸준히 따라잡는 형국이었다. 일부 방송사에서는 김은혜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표시까지 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표가 시작된지 9시간 32분, 전체 개표율이 97%에 달한 시점에 반전이 시작됐다. 김동연 후보가 52표차로 앞서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그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고양시와 화성시 미개표함이 열리면서 김동연 후보로 표가 몰리기 시작했다. 결과는 0.15%포인트 차이로 김동연 후보의 승리. 그는 “저를 지지해주셨던 분들, 지지하시지 않으셨던 도민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소감을 밝히면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 당선자는 ‘흙수저 신화’의 대표적 인물 중 하나다. 어린 시절 부친을 여의고 청계천 무허가 판자촌에서 살았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다. 이후 빨리 생계에 뛰어들이 위해 덕수상고에 진학, 상고를 나온 뒤 한국신탁은행에 입사해 야간대학인 국제대(현 서경대)에 다니며 입법고시와 행정고시를 동시에 합격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의 아픔까지 이해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정치 성향으로도 진보와 보수, 중도를 넘나드는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점도 김 당선자의 강점이다. 이번에는 민주당 후보로 선거에 나섰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역임하며 문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인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제통’ 정통 관료라는 그의 출신은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당초 ‘정치개혁’의 기치를 들고 새로운물결을 창당한 김 당선자의 정치적 입지는 그리 탄탄하지 않았다. 후보로 나섰을 당시 지지율도 의미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와의 단일화와 경기지사 당선까지 이뤄내며 대권까지도 내다볼 수 있는 위상을 갖게 됐다.

특히 이재명 의원을 제외하고 이렇다할 대선 주자 카드가 없는 민주당에겐 핵심 인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당선자는 사실상 대권 주자가 됐다. 정통 관료 출신에 대학 총장가지 지냈고, 흙수저 신화라는 스토리까지 있다”며 “이 정도 역량을 갖춘 사람은 민주당 내에서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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