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 앞에 선 김 회장은 A4용지에 적어 온 사과문을 펼치고 안경을 고쳐 쓰며 “높은 도덕적 책임이 요구되는 기업인과 한 그룹의 회장으로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오후 6시45분에 시작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은 1시간 전에 긴급 공지됐다.
김 회장은 다우키움그룹 회장직과 키움증권 등기이사장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주식 매각 대금은 사회에 환원한다고도 했다. 그는 “향후 금융당국 협조 조사에 숨김과 보탬 없이 적극적이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했다.
사퇴를 결심한 배경도 언급했다. 김 회장은 “저의 주식 매각에 대해 제기된 악의적인 주장에 대해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하고자 하였으나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은 주주님과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 여러분들께 부담을 드리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가 폭락을 예견하고 미리 매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김 회장은 “매도 과정에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이번 사태로 모든 분들께 상실감을 드린 것에 대하여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준비해 온 사과문을 읽은 뒤 김 회장은 ‘라덕연 대표와 무슨 관계냐’, ‘매도와 매수 시점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회견장을 빠져 나갔다.
엄주성 키움증권 부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분의(라덕연)의 주장은 (매수) 시기를 우리가 선택했다는 건데 매수 시기를 저희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피해자 보상은 범죄자가 보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 부사장은 ‘오늘 긴급 기자회견을 한 이유’에 대해 “(김 회장이) 언론이나 사회적으로 안 좋은 얘기들이 나오니까 본인의 진의를 어떻게 하면 밝힐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며 “자사주 매입·소각 보도도 나왔는데 사실은 그렇게 살 수가 없고 그것은 더 큰 범죄다. 그래서 여러 고민 중에 오늘 이렇게 기자회견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우키움그룹 관계자는 ‘605억원 사회환원 방식’에 대해선 “구체적인 방안이나 계획에 대해선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라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답했다.
키움증권 등기이사인 김 회장은 다우키움그룹의 지주사인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가 폭락하기 직전인 지난달 20일 시간 외 매매(블록딜)로 매도해 605억원을 현금화했다.
이를 두고 김 회장이 주가 폭락을 예견하고 미리 매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라 대표는 “김 회장이 상속세와 증여세를 마련하려 개인 투자자들을 누르고 반대매매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은 “공교롭게 그때 매각을 했던 것이고 그 전부터 팔려고 했다. 우연”이라며 주가 조작 연루설을 부인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합동수사팀을 꾸리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發) 주가폭락 사태·주가조작 사건에 김 회장이 관여했는지 지난 3일 키움증권에 대한 검사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통화에서 ‘기자회견에 대해 어떻게 봤는지’ 묻자 “기자회견을 지켜봤다”며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