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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권력 견제 혹은 통제 강화의 필요성은 그간 각계에서 지적돼왔던 내용이다. 지난해부터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생겼고,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경찰은 공직자·선거·방산비리·대형참사 등 검찰 몫까지 중대범죄 수사를 해나가야 한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사권 폐지로 2024년부터는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 수사도 맡는다. 13만 경찰의 업무·권한이 상당히 비대해졌지만, 견제·감시·통제 기능은 달라진 게 없다.
이에 따라 이번 권고안은 행안부가 경찰지휘·인사·징계·감찰 권한을 갖도록 했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경찰은 권한과 책임이 커질수록 그만큼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고 정부조직법 등 경찰 관련 개별법에 행안부 소관 사무로 굉장히 많은 권한이 있다”고 언급, 권고안엔 법령에 근거한 권한 행사 내용이 담겼다고 강조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의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이후 경찰 권한은 굉장히 커진 반면, 통제는 약화된 상태”라면서 “강화된 경찰권을 통제할 수 있는 별도의 조치가 필요한데 이번 권고안은 법무부의 검찰국 운영 수준에 그친 걸로 오히려 미흡하다”고 평했다. 반면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중립화는 헌법가치이고, 또한 역사적 경험”이라면서 이번 권고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그러나 이 구상대로면 인사권과 징계·감찰권을 쥔 행안부와 그 윗선인 정치권에 대해 경찰이 눈치보기에 급급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부 장관이 추천한 인사가 추후 특정 사건을 수사 지휘하게 되면 ‘하명 수사’와 같은 정치적 논란을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민단체들이 모인 경찰개혁네트워크는 “자문위 권고는 경찰 권한을 축소하거나 분산하는 방안을 장기과제로 미루고 대통령-행안부-경찰청장으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지휘라인을 부활시켜 정치권력이 경찰을 직접 통제할 방안을 논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문위 설명대로 경찰국 신설과 경찰청지휘규칙 마련은 현행법상 가능하다해도, 경찰 고위직 후보추천위원회 신설을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권고안을 확정하고 입법을 추진하기 전, 더 많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은 이날 오후 김창룡 경찰청장 주재로 시도경찰청 화상 회의를 진행한 입장문을 내고 향후 사회 각계 전문가, 국민, 현장경찰 등이 참여한 범사회적 협의체를 구성, 이를 통해 폭넓은 논의를 이어갈 것을 행안부 측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