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등판한 김건희 여사의 패션이 연일 화제다. 공인에게 패션은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인 측면이 강하지만 일차적으로 그 사람의 취향과 안목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특별히 김 여사의 패션에 이목이 쏠리는 것에 대해 그가 남다른 패션 센스가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본인 스타일을 잘 알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지난 10일 패션 모음.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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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이데일리는 패션업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김 여사 취임식 및 일상 패션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다.
우선 취임식 의상에 대해서는 ‘절제미’가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김 여사는 투피스 정장으로 취임식에 나섰다. 국립현충원 참배에서는 디테일이 최소화된 블랙 투피스를 입은 반면 취임식에서 보여준 순백의 투피스에서는 큰 리본 디테일을 부각했다. 흰색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특히 사업가 출신답게 정장으로 커리어 우먼의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여성스러움을 부각하는 패션이었다는 평가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대표는 “김건희 여사는 과거 영부인과 비교해 나이가 젊기도 하지만 문화예술계에 종사한 전문직업인으로서 커리어 우먼과 같은 이미지가 특별히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공통적으로는 같은 계열의 색상으로 매칭하는 ‘톤온톤(tone on tone)’ 코디법과 장신구를 최대한 배제한 액세서리 매칭, 앞 코가 둥근 구두 등은 예의와 격식을 갖추면서도 절제된 패션으로 조용한 행보에 대한 뜻을 비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축 연회에서 입은 흰색 원피스도 평범하지 않았다. 40년 경력 황유진 드미뉴엣 디자이너는 “저녁 드레스룩은 라운드 하이넥 반소매 에이(A) 라인 스커트보다 좀 넓은 치마로 디자인 측면에서 절제력이 돋보였다”며 “기본 원피스 룩 같지만 소재가 광택이 있는 새틴 소재로 돼 있어 우아한 느낌을 주고 과하지 않은 화려함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3월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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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사전 투표 기간에 공개된 김 여사의 패션도 주목받았다. 당시 김 여사는 서울 서초1동 주민센터 투표소에 국민의힘을 대표하는 빨간색을 활용했다. 검은색 코트에 빨간 머플러를 매치했고 캐주얼한 스니커즈 안에는 빨간 양말로 포인트를 줬다.
여성복 디자이너 A씨는 “컬러 매치, 헤어스타일,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는 걸 보면 어떤 부분이 부각되길 원하는지 어떤 모습으로 보여져야 하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패션으로 사람의 성품과 됨됨이까지 보긴 어렵지만 개인의 성향이나 성격 정도는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한데 사업가답게 계획적이고 철저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2017년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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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부인들의 패션과 관련해 김 여사만큼 화제가 됐던 인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아내 김정숙 여사를 빼놓을 수 없다. 김 여사는 역대 영부인이 취임식 자리에서 한복을 입어왔던 공식을 깨고 처음으로 양장을 입어 화제가 됐었다. 김 여사가 지난 2017년 취임식에서 착용한 흰색 원피스 정장은 한복 자수를 연상시키는 수묵화 느낌의 화려한 꽃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와 같은 흰색 정장이지만 (김정숙 여사가) 사람들 눈에 띄는 패턴을 선택했던 것은 적극적인 외조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며 “유쾌하고 활발한 성격으로 알려진 만큼 외교석상에서 다양한 컬러의 옷을 매치하는 것으로 봐서 포용력 등이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 ▲사진 왼쪽부터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 여사.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 (사진=대통령기록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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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영부인이 향후에도 다양한 패션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김 여사 패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국내 패션 산업 진흥을 위해 힘써달라는 것이다.
남성복 디자이너 B씨는 “특정 브랜드를 고집하기 보다는 영세 상인이 만든 옷을 입든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옷을 입든 다양성에 초점을 두면 좋겠다”며 “영부인이 고가의 옷인지 저가의 옷을 입었는지를 두고 논쟁을 이어가는 건 국가적으로 소모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