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주식 쓸어담는 외국인…"더 산다"vs"다 샀다" 엇갈려

올 들어 2조원 넘게 순매수…연초 증시랠리 견인
"국내 증시 신흥국대비 저평가…매력적인 시장"
매수 둔화 조짐…"국내 이익 모멘텀 강도 약화돼"
  • 등록 2018-01-09 오후 5:36:11

    수정 2018-01-09 오후 5:36:11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돌아온 외국인이 연초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최근 신흥국 증시로 자금이 몰리면서 외국인 순매수 사이클이 재개됐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 호조 속에 국내 증시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지속 유입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국내 이익 모멘텀 강도가 약화되면서 외국인 매수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1.73%, 3.95% 올랐다. 이 기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조6625억원, 4855억원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올 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6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신흥국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아시아 증시에서의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뚜렷한 양상이다. 올해 신흥국 주도로 제조업 중심의 글로벌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이익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흥국 대비 국내 증시의 상승 탄력이 약해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올 들어 베트남 VN지수는 3.7%가량 급등하며 11년만에 1000선을 넘어섰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3% 넘게 올랐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증시에서 국내 상장기업 이익 비중은 3.5%인데 반해 시가총액 비중은 2%에 그치며 저평가 갭이 많이 벌어진 상황”이라며 “외국인은 패시브(지수 추종형) 펀드 투자가 주를 이루는데 한국 증시를 매력적인 시장 중에 하나로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는 상황에서도 외국인은 약 82억7000만달러를 순매수했다”며 “올해 남북관계 긴장 정도가 크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실적이 외국인 매매를 결정할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글로벌 경기 확장세가 지속되고 있고 정보기술(IT)·금융 등 업종의 실적 안정성이 개선되면서 올해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이란 설명이다.

반면 외국인 수급 영향력이 다소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91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며 7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연초 이후 전날까지 3000억원을 넘나드는 순매수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수 규모가 눈에 띄게 줄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ISM 제조업 지수로 대변되는 선진국 경기 모멘텀 지표가 고점 영역에 도달했다”며 “국내 상장사 이익 모멘텀의 상대 강도도 지난해 수준의 가파른 기울기를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원화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향후 안정화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큰 것도 외국인 수급에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050원대로 내렸으나 곧바로 급등해 106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그간 뚜렷하게 감지되지 않았던 외환당국의 스탠스가 일정부분 드러난 만큼 강세 일변도의 움직임은 당분간 관망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원화 강세가 주춤해지면서 향후 국면이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화 강세는 외국인 입장에서 환차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특히 최근 원화 강세는 수출 호조 지속과 글로벌 경기 회복 등에 따른 결과라 외국인 자금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원화 강세에 제동이 걸리면서 외국인 매수세를 제한할 유인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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