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으로서 정해진 시간 내에 마감을 위해 작가를 가둬놓는 일명 ‘통조림’을 스스로 한 것으로 유명하다. 술집에서 다른 술꾼끼리 시비가 붙어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젓가락을 던져 벽에 꽂아서 상황을 무마시킨 적이 있다는 전설도 떠돈다. 이런 이미지로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에는 등장인물의 회상신에서 백풍이라는 이름으로 카메오 출연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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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외수는 작가라는 직업이 부끄러울 게 없는 인물이었다. 소설가였고 시인이었고 수필가였다.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견습 어린이들’이 당선되며 등단했고 1975년 ‘세대’지에 중편 ‘훈장’으로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풀꽃 술잔 나비’,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그대 이름 내 가슴에 숨쉴 때까지’와 에세이 ‘내 잠 속에 비 내리는데’, ‘말더듬이의 겨울수첩’, ‘하악하악’, ‘자뻑은 나의 힘’,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등 다수의 작품을 냈다.
고인은 지난 2020년 3월 뇌출혈로 쓰러져 3년째 투병하며 재활에 힘써왔다. 올해 3월 초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폐렴을 앓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투병하다 이날 숨을 거뒀다.
생전 친하게 지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순수시인’ 천상병, ‘걸레스님’으로 유명한 중광스님과 함께 지난 2003년 시와 그림을 엮어 발매한 시화집 제목은 ‘도적놈 셋이서’였다. 세 사람은 이 한권의 책도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독자들은 이들을 ‘도적’이 아닌 ‘도인’ ‘기인’으로 불렀다. 따지고 보면 이들 세사람 모두 시대의 기인이자 문인이었다.
천상병 시인 ‘귀천’의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라는 구절처럼 이들이 천상에서 다시 모여 각자 경험한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