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는 전체 가구의 5% 수준인 약 20만 호(2020년 기준)의 지하·반지하가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기존에 허가된 지하·반지하 건축물에는 10~20년 유예기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주거용 지하·반지하 건축물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세입자가 나가고 빈 공간으로 유지되는 지하·반지하는 SH공사 ‘빈집 매입사업’을 통해 사들여 리모델링, 주민 공동창고나 커뮤니티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신림동 일대는 다가구 주택이 대부분, 반지하만 부분 매입 불가능하다”
통계조사에서는 다가구주택을 ‘여러 가구가 살 수 있도록 건축된 주택으로서 각 구획마다 방, 부엌, 출입구, 화장실이 갖춰져, 한 가구씩 독립하여 생활할 수 있으나 각 구획을 분리하여 소유하거나 매매하기가 불가능한 주택’으로 정의하고 있다. 다가구주택은 분양이 아닌 임대전용으로서 주택 내 가구 수가 2∼19가구로 제한된다. 건축법상 단독주택에 포함되기 때문에 각 가구별로 구분등기가 불가능하고, 각 가구를 분리해 사고 팔 수 없으며 건물전체 단위로만 매매가 가능하다. 따라서 구분 소유되는 공동주택인 다세대주택, 연립주택과 명확히 구분된다.
서울시의 반지하 주거 불허가 임대인들의 사유재산 침해라는 문제도 있다. 다가구주택 세대주 A씨는 “국가에서 허가 내서 지은 집을 국가에서 다시 못 살게 하면 따르겠나”고 되물었다. 그는 “공산당도 아니고. 여기는(신림동 일대) 다 반지하 가지고 있는데. 500에 30만 원씩 받을 수 있는데 갑자기 못 받게 하면 사유재산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 건축법 제11조에 ‘상습침수구역 내 지하층은 심의를 거쳐 건축 불허가 가능’하도록 법이 개정되었으나 그 이후에도 반지하 주택이 약 4만 호 건설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앞으로 상습 침수 또는 침수우려구역을 불문하고 지하층은 사람이 살 수 없도록 개선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30만원으로 갈 수 있는 곳, 반지하 밖에 없다
서울시는 상습 침수 또는 침수우려구역을 대상으로 모아주택,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한 빠른 환경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며 서울 지역 지하·반지하 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는 기존 세입자들은 공공임대주택 입주 지원 또는 주거바우처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민과 부동산 중개인들은 공공임대주택 제공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상태가 괜찮은 임대주택에는 수십에 가까운 경쟁률이 있고, 경쟁률이 낮은 임대주택은 주거 환경이 열악하다고 짚는다.
중개인 H씨는 “손님 중에 할아버지 한 명이 공공임대주택을 같이 보러 가 달라고 해서 가보니 언덕, 골짜기에 집이 있다. 반지하 사는 사람들은 주로 1인 가구 노인이나 장애인, 기초생활 수급자, 차상위 계층인데 골짜기, 언덕에 있는 너무 열악한 임대주택을 주니까 안 들어간다고하고 기다린다. 조금이라도 괜찮은 공공임대주택은 경쟁률이 수십 대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에서 지급되는 임차급여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은 결국 반지하 밖에 없다고 말한다. 2022년도 기초생활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임차급여는 주거급여 최저보장수준에 따른 기준임대료 1급지(서울) 1인 가구 327,000만 원, 2인 가구 367,000만 원이다.
신림동 주민 G씨는 “반지하 말고 보증금 500에 30만원으로 갈 수 있는 데는 딱 몸만 들어갈 수 있는 고시원밖에 없다. 거기 살 바엔 조금이라도 넓은 반지하 살고 싶어 한다”며 “넓은 고시원은 가격이 확 뛰고, 지상층으로 올라가려면 돈이 두배가 올라가는데. 여기는 매물 20% 이상이 반지하다. 반지하 못살게 하면 이 사람들 다 어디로가나”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