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은 법원을 못 지켰다"…김명수 사태에 커지는 판사들 '자괴감'

임성근 부장판사 관련 '거짓말 탄로' 이어 인사 농단 의혹까지
법원 내부 "정권이 사법부 장악해도, 수장이 법원 못 지켜"
"사퇴 안하겠지만 임기 남아 아직 모를 일"
  • 등록 2021-02-09 오후 5:58:49

    수정 2021-02-09 오후 9:19:54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대법원장은 법원을 지키지 못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9일 법원 내부에선 ‘사법부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법관들이 깊은 자괴감에 빠진 모습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3일 오전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원 내부에선 사법 농단 사태로 법관들이 재판을 받는 유례없는 상황에 더해 정치권에 신경쓰는 대법원장의 언행이 공개되면서 혼란스런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날 판사들의 익명 커뮤니티인 ‘이판사판’에는 “법원을 대표하는 분이 법원을 욕보이고 계신다. 사퇴하십시오. 그 정도 양심은 기대합니다”라거나 “저는 새벽에 잠이 벌떡 깨고 아침부터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대법원장님은 ‘쏘리’ 한마디 하고 발 뻗고 주무셨습니까”라는 등의 김 대법원장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김 대법원장은) 내가 법원을 나올 때부터 대법원장 감이 되는지 의문이 있었고, 문제가 많았다”며 “판사들은 돈이나 권력과 무관하게 오로지 정치 권력에 굴하지 않고 소신을 따르는, 재판을 잘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대법원장마저 이를 지키지 못한데 대해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 농단 사태는 형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도 정부가 수사 협조하라니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결국 재판 열심히 하던 판사들만 재판에 넘겨지고 법원을 떠났다”며 “이번 일로 김 대법원장이 사퇴하지는 않겠지만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어 또 모를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바뀐 정권이 사법부를 장악했지만 대법원장은 법원을 지키지 못했다”며 “법원 내부에 있는 후배들은 계속 판사를 해야 하는 것을 두고 자괴감에 빠져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 사표 수리 논란 뿐 아니라 코드 인사 논란에도 휩싸인 상황이다. 김 대법원장이 사법 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해 대법원 자체 진상 조사에 참여한 법관들을 서울중앙지법 요직에 배치했다는 게 요지다. 특정 사건 재판장을 장기간 유임시킨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윤종섭 형사36부 부장판사는 6년째 서울중앙지법에 유임 중이다.

이에 한 현직 판사는 “판사 임기는 2년이 원칙이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부는 보통 3년 정도 한다. 특정 사건에는 장기간 잔류하기도 하지만 6년씩이나 유임되는 것은 본 적이 없다”며 “사법 농단으로 법원이 어수선했는데 계속해서 법원 분위기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상황은 악화하고 있지만 김 대법원장의 사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김 대법원장은 녹취가 공개된 지난 4일 사과한 데 이어 퇴근길에서도 “이유야 어쨌든 임성근 부장판사와 실망을 드린 모든 분들께 깊은 사과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후엔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 중이다.

이런 가운데 법원행정처는 최근 법관의 의원 면직 제한에 관한 예규 2조 1항 ‘의원 면직의 제한’ 조항의 해석 범위를 검토 중이다. 김 대법원장의 임 부장판사 사표 반려가 적절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해당 조항은 법관이 사임을 원해도 면직을 허용하지 않는 사례를 명시하고 있는데 이 중 하나가 ‘검찰·경찰 및 그 밖의 수사 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해 수사 중임을 통보 받은 때’다. 다만 같은 조 2항은 예외적으로 ‘공소가 제기되는 등 사정으로 법관직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공공의 신뢰를 해친다고 판단되는 때’는 면직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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