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많아지길 기다렸다 주점에 불지른 방화범[그해 오늘]

2018년 6월 17일, 전북 군산 노래 주점서 방화 사건 발생
이모 씨, 주인과 외상값 시비 끝에 홧김에 불질러 5명 사망·29명 부상
손님 많아질 때까지 약 4시간 기다려...방화 직후 출입구 마대 걸레 끼워 봉쇄
주점 면적 좁아 스프핑클러도 없어...이 씨, 2019년 무기징역형 확정
  • 등록 2023-06-17 오전 12:03:00

    수정 2023-06-17 오전 12:03:00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50대 한 남성이 외상값 시비로 술집에 불을 질렀다. 손님이 많아질 시각까지 기다렸다가 출입문까지 막았다. 이 불은 결국 애꿎은 5명의 생명을 허망하게 앗아갔다.

지난 2018년 6월 17일 전북 군산시 장미동에 위치한 한 7080 클럽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과 관련, 다음 날인 6월 18일 과학수사대와 화재조사반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8년 6월 17일 오후 9시 53분께, 전북 군산시 장미동의 한 노래 주점에서 갑자기 시뻘건 불길이 치솟았다. 이 화재로 해당 주점 안에 있던 손님 중 5명이 일산화탄소 중독 등으로 숨을 거두고 29명이 부상을 입었다. 총 3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 화재는 방화였다.

선원 이모(사건 당시 55세) 씨는 이날 이른 저녁부터 방화를 위해 인근에서 대기했다. 오후 6시께 해당 주점 인근 항구에 정박 중이던 선박에서 휘발유가 담긴 20리터 기름통을 훔친 이 씨는, 6시 15분께부터 주점 맞은편의 한 사무실에서 때를 기다렸다. 그는 피해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손님이 많아지길 기다리는 잔인함을 보였다.

9시 53분 손님이 많아졌다고 느낀 이 씨는 주점 입구로 이동해 그곳에 미리 준비한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 이 씨는 불을 지른 직후 주점 미닫이 출입문을 닫고 손잡이에 마대 걸레 자루를 끼운 뒤 자루가 떨어지지 않게 비닐봉투로 묶는 치밀함까지 드러냈다. 손님들이 주(主) 출입구가 막히자 좁은 비상구로 몰려들면서 피해는 더욱 커졌다.

해당 노래 주점은 지상 1층 단층형 건물로 내부에 무대가 있고 홀에는 수십 개의 테이블과 소파가 놓인 구조였다. 불이 순식간에 소파 등에 옮겨붙어 유독성 가스와 까만 연기를 내뿜었다. 더욱이 해당 건물 면적은 283㎡으로 상대적으로 좁아 스피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었고 실제로도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그는 범행 직후 주점에서 약 500미터 떨어진 군산시 중동의 선배 집으로 도망쳤으나 범행 3시간 30분여 만에 경찰에 검거됐다.

이 씨는 범행 과정에서 전신 70%에 2도 화상을 입어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한 달 반 가량 입원 치료를 받은 후 구속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외상값이 10만 원인데 술집 주인이 20만 원을 요구해 홧김에 그랬다”고 진술했다. 술집 주인 A(사건 당시 56세·여) 씨가 자신을 돈 계산도 못하는 바보로 취급하는 것 같아 화가 났다는 것이었다.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1심을 맡은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이기선 부장판사)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참혹하게 죽었고, 지금도 많은 피해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피고인은 피해자나 유족에게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지 않았고 피해 보상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아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형을 구형한 검찰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보다는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 자신의 잘못을 평생 속죄하면서 살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대한민국은 사실상 사형제가 폐지됐고, 사형제가 부활할 가능성도 없는 상태다. 가석방이나 감형 없는 무기징역 선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고 덧붙였다.

검찰과 이 씨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이듬해인 2019년 6월 열린 항소심은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황진구)는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하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확인한 후 불을 지르고 문을 닫은 피고인의 범행은 단순한 우연이나 미필적 고의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1심에서 피고인에게 선고한 무기징역형은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고 판시했다.

이 씨는 이후 같은 해 9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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