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에 성추행 당한 여군, 영상 남기고 극단적 선택

  • 등록 2021-06-01 오전 12:00:00

    수정 2021-06-01 오전 12:00:00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한 여군이 동료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부대에서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사랑하는 제 딸 공군 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공군부대 내 성폭력 사건과 이로 인한 조직 내 은폐, 회유, 압박 등으로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하늘나라로 떠난 사랑하는 제 딸 공군 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이날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공군 20전투비행단 이모 중사는 회식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선임인 장모 중사는 이 중사에게 야간 근무를 바꿔서라도 참석하라 했다. 하지만 그 술자리는 상사 지인의 개업 축하자리였다.

술자리가 끝난 후 이 중사는 차에서 장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앞자리에는 후임 부사관이 운전 중이었다고 한다.

이 중사 어머니는 “그냥 만지는 게 아니라 중요 부위도 만지고, 가슴도 만지고, 혀까지 들어오는 그런 행동들을 계속 한 거예요. 너무 부끄럽고 치욕스럽잖아요”라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중사는 곧바로 차문을 박차고 내린 뒤 상관에게 신고했다. 하지만 장 중사는 이 중사 숙소까지 따라와 신고를 할 테면 해보라고 비웃었다.

회식을 주도했던 상사는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되냐”고 합의를 종용했고, 장 중사는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고 MBC는 전했다.

결국 이 중사는 ‘불안장애’ ‘불면증’ 등으로 3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 중사는 전출을 요청해 15전투비행단으로 옮겼다.

하지만 압박은 계속됐다. 또한 같은 군인인 이 중사의 약혼자에게도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대를 옮긴 지 나흘 만인 지난 21일 이 중사는 휴대전화 녹화 버튼을 누르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날은 이 중사가 혼인신고를 한 날이다.

휴대폰에서 발견된 메모에는 ‘나의 몸이 더렵혀졌다’ ‘모두 가해자 때문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MBC ‘뉴스데스크’
이 중사 측 법률대리인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시기 전에 울먹이는 모습을 봤어요. 그거를 왜 남기셨을까. 그리고 그 영상을 유가족께서 공개하겠다고 하실 정도면...”이라고 말했다.

장례를 미룬 이 중사 측은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한편 이 중사 아버지는 청와대 청원을 통해 “타 부대로 전속한 이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최고 지휘관과 말단 간부까지 성폭력 피해자인 제 딸에게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인 매뉴얼을 적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식절차라는 핑계로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가한 책임자 모두를 조사해 처벌해 달라”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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