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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3일 오후 2시 16분께. 한적한 어촌인 부산광역시 기장군 일광읍 동백리 소재 동백항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던 경차 한 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다를 향해서였다.
이 차의 운전석에는 여동생 A씨(40·이하 사건 당시)가, 조수석에는 오빠 B씨(43)가 타고 있었다. 서행하던 차량은 그대로 바다에 빠졌다. B씨는 바다에 빠진 직후 여동생을 내버려 둔 채 혼자 헤엄쳐 탈출했다. 여동생은 그대로 숨졌다.
A씨는 뇌종양 말기 환자로 살 수 있는 날이 3개월 밖에 안 남은 상태였다. 이 때문에 뇌종양 악화 등 신변 비관 자살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추락 사고가 일어나기 전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오른 A씨 보험금 수익자가 B씨로 지정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수사는 새 국면을 맞았다.
이 사건을 수사한 울산해양경찰서는 B씨가 A씨를 사고 차량에 태우고 인적이 드문 물가를 지속 물색했고, 사고 전날에도 해당 차량을 몰고 동백항을 방문해 예행연습까지 한 사실을 파악했다. 해경이 자동차 실험을 재연해 사고 차량 조수석에서 몸을 운전석 쪽으로 기울여 차량 조작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하지만 B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잠적했다.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지만 B씨는 한 달 뒤인 같은 해 6월 3일 경남 김해시의 한 농로에 주차된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B씨에 대한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B씨의 사망으로 B씨 부친의 석연찮은 차량 사고는 영구 미제로 남았다. B씨 부친 역시 A씨 사망 사건 1년 전인 2021년 7월 운전 중 낙동강에 빠져 사망했다. 부친의 1억 원이 넘는 보험금은 B씨가 받았다. 부산경찰청은 이 사건 재수사를 검토하며 B씨를 한 차례 불러 조사했지만 B씨가 숨지며 사건은 영원히 미궁 속에 묻히게 됐다.
오빠와 그 내연녀, 사건 앞서 자살 방조 미수도...내연녀, 혐의 전면 부인 항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C씨에 대해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살인 혐의를 주위적 공소 사실(주된 범죄 사실)로, 자살 방조 혐의를 예비적 공소 사실로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1심 결심공판에서 “C씨는, 뇌종양을 앓아 의사 능력과 신체 능력을 완전히 잃은 A씨를 적극적인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합의1부(최지경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20일 살인, 자동차매몰, 자살방조미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존귀한 생명을 보험금 편취 도구로 이용했다. 계획 범행한 점과 책임을 공범에게 미루고 있는 점 등에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1차 범행은 일부 피해자의 의사에 따랐던 점, 2차 범행 시 범행 가담 정도가 비교적 가벼운 점 등을 고려해 양형을 결정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뇌종양 재발로 기대 수명이 3개월도 남지 않은 A씨에겐 자식이 있었다. A씨는 친오빠에게 자신이 죽은 뒤 아이를 돌봐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보이며, 자동차 사고를 위장해 친오빠가 사망 보험금을 받게 할 동기가 충분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1차 범행 실패에서 멈추지 않고 보험금 수령을 위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이는 차량ㆍ보험 명의 이전이 여러 차례 이뤄진 뒤 2차 범행(동백항 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며 C씨를 질타했다.
피고인 C씨와 검찰은 모두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C씨 측은 지난 3월 2일 부산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박준용)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C씨 측은 ”타지에 사는 C씨의 딸이 당시 부산으로 온다고 해서 함께 놀러갈 장소를 찾아본 것이지, 범행 장소를 물색한 것이 아니다”며 “범행 일체를 저지른 적이 없어 사실 오인과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