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해우소] 카톡 '읽씹' 했다고 잡무가 쏟아졌어요

"그만 괴롭혀" 유서 오리온 유족, 산업재해 신청
사내 유언비어와 부서이동 호소한 고인
직장갑질119 "괴롭힘방지법 빈틈" 비판
상사의 카톡 '읽씹했더니 업무가 산더미..."직장 내 괴롭힘"
  • 등록 2020-06-14 오전 12:30:00

    수정 2020-06-14 오전 8:51:18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이른바 아파트 경비원 ‘갑질’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인터넷에 노출되면서 대중으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상사로부터 막말과 지속적인 괴롭힘을 견뎌야 하고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심화하면서 기업경영난이 심화하자 고용유지를 무기로 한 직장갑질까지 더해져 직장인들의 하루가 고되기만 하다.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기성세대를 풍자하는 우스갯소리로 나오는 “라떼는(나 때는)말이야”는 누군가에게는 웃어넘기지 못할 말일 수 있다. 이데일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직장인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공인노무사에게 노동관련법에 저촉되는지 들어봤다.


(사진=연합뉴스)
3개월 전 직장 내 괴롭힘을 토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전북 익산 오리온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서지현(22·여)씨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회사의 조속한 사과와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익산 오리온 청년노동자 서지현 사망 진상규명 구례시민 사회모임’은 지난 3일 구례읍 오일장 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씨 사망 3개월이 지나도록 사측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구례 출신의 어린 여성 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과 성추행 등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입사 동기들이 다 떠난 공장에서 1년 6개월간 열심히 일했으나 ‘진짜, 어지간히 괴롭혀라. 오리온은 다닐 곳이 아니다’는 유서를 남겼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변인 진술과 흔적을 찾은 결과 상급자 갑질, 직장 따돌림, 입에 담기 어려운 성희롱까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사측은 자체 조사 결과 문제가 없었다고 통보한 뒤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변인들의 진술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고인은 상급자로부터 업무시간 외 불려 다니며 시말서 작성을 강요당하고 사내 유언비어와 부서이동 등 괴로움을 호소했다.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이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리온 시민사회모임(이하 오리온시사모)은 고인의 죽음이 사적인 문제로 촉발됐다는 주장을 유포하며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회사는 성희롱을 가한 가해자에 대한 징계조치를 내렸지만 직장 내 괴롭힘과 고인의 죽음은 관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며 오리온의 기업 행태를 알리고 불매운동을 벌일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회사의 주장대로 개인적 이유로 사망했다면 유서에 왜 ‘오리온은 사람 다닐 곳은 아니다라고 썼겠는가’ 라고 반문했다. 회사는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통보했고 고용부는 두 달이 지나도록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에 근무했던 20대 직장인 A씨는 상사의 괴롭힘을 겪다 퇴사를 결심했다.

A씨는 “상사는 사내 대화방에서 수차례 ‘읽씹’(메시지를 읽고 난 뒤 별다른 응답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 행위) 했다는 이유로 업무를 전가하고 잡일을 시켰다. 읽씹에 분노한 상사는 동료들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로 내 뒷담화를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며 “업무 전가에 이유 없는 부서 이동을 강요해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행위를 사측에 알렸지만 회사는 해당 상사에게 ‘구두경고’만 했을 뿐 실질적인 징계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업무전가나 잡일을 시키는 것이 업무상 적정한 정도라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직장에서의 ‘지위’의 우위를 이용해 책임을 떠넘긴다면 이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또 근로기준법 23조에 따라 정당한 이유 없이 전근, 전직 등의 인사발령을 내릴 수 없다.

여수진 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는 “지나치게 일을 몰아주거나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시킨다면 직장 갑질에 해당한다”며 “정당한 이유 없이 특정 근로자를 조롱한다거나 개인사에 대해 뒷담화를 하고 소문을 퍼뜨린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오리온시사모는 서모씨의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에서 비롯됐다며 지난 10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로써 오리온과 오리온시사모 간의 진실공방은 근로복지공단 산재 접수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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